정원 감축을 압박하는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 정책과 이를 뒷받침하는 새누리당 주도의 법률안에 대해, 전국 대학 총장들이 명확한 비전과 방향 제시 없이 정부 통제권을 강화해 양적 구조개혁만을 밀어붙이려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들은 구조개혁 및 등록금 책정에서 대학 자율성 확대와 정부 재정 지원 확충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4년제 대학 202곳의 총장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회장 김준영 성균관대 총장)는 26일 대전 유성구 한 호텔에서 대학 총장 세미나를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대정부·국회 정책 건의문을 발표했다.
대교협은 “정원 감축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자율성과 교육의 질을 높이는 질적 구조개혁으로 돌려야 한다”며 단순한 학생 수 감축이 아니라 지역별·대학 특성별로 개혁을 자율적으로 추진할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이에 필요한 행정·재정 지원을 하라고 요구했다. 또 등록금 인상 상한을 정한 법규 안에서 등록금 책정 자율권을 부여하라고도 요구했다.
대교협은 총장 17명으로 위원회를 꾸려 논의한 결과를 담은 주제 발표에서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 등이 발의한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에서 교육부 장관이 주도하는 대학 평가 및 대학평가위원회 구성 등의 조항을 삭제할 것 △광역경제권역별 가이드라인을 정한 뒤 지역 대학들간 평가를 통해 정원을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 등을 국회와 정부에 제안했다.
대교협은 ‘반값 등록금 정책으로 대학 재정 상태가 악화돼 교육의 질과 대학 경쟁력이 위협받고 있다’며 법적 한도 안에서 등록금 책정을 자율로 할 수 있게 하고 정부 재정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공립대 기성회비 반환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하는 것과 관련해, 여·야는 관련 법안을 병합해 제3의 법안을 마련하고 정부는 대체 재원 확보를 서두르라고 촉구했다.
토론에서 대교협은 “대학들도 수익용 잔여재산을 악용하는 것을 감시하는 등 부실 대학이 스스로 퇴출하도록 유도해, 정부·사회의 신뢰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대학 총장들에 제안했다.
대전/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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