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3100억원 등 대부분 예산 고갈
정부, ‘누리과정’ 예산지원 외면 탓
교부금 줄어 내년엔 더 악화 우려
“긴축은 한계 근본대안 모색해야”
정부, ‘누리과정’ 예산지원 외면 탓
교부금 줄어 내년엔 더 악화 우려
“긴축은 한계 근본대안 모색해야”
다음달 1일 취임하는 새 교육감들이 닻을 올리기도 전에 ‘재정 결손’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교육부의 교부금은 줄어든 반면 누리과정 등 중앙 정부가 시·도교육청에 떠넘긴 사업비는 급증한 탓이다. 새로운 교육정책을 내걸고 유권자의 선택을 받은 교육감들로서는 운신의 폭이 크게 제약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인 인수위원회는 27일 “서울교육청으로부터 주요 업무와 공약 이행계획을 보고 받은 결과, 2014년 교육재정이 최소 3100억원 이상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인수위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올해 서울교육청 누리과정 사업비는 만3~5살 유아학비와 보육료 등 5473억원이다. 공립 유치원과 초·중·고교 1149개곳의 학교 기본운영비 5299억원보다 많다. 2012년 시작된 누리과정은 중앙정부 시책 사업으로 예산을 교육청이 부담하고 있다.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을 반영해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을 준다고 주장해왔으나, 지방의회는 교부금 증가분이 누리과정 증가분에 미치지 못해 지방 교육재정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중앙 정부와 ‘예산 갈등’을 빚어왔다.
누리과정 사업비 증가와 대조적으로 교육부의 교부금은 세수 감소 영향으로 크게 줄었다. 교육부는 2014년 본예산 편성 때보다 1078억원 줄어든 4조4265억여원을 서울교육청 보통교부금으로 확정·통보했다. 서울시가 교육청에 주는 전입금 증액분 873억원을 반영해도 세입 감소액이 205억원이다. 여기에 전년도 이월금 감소와 교육부의 지방교육채 승인액 감액에 따른 세입 결손액을 더하면 세입이 2133억원 줄었다. 아직까지 세출로 잡히지 않은 미편성액이 1053억원이라, 이를 더하면 재정결손이 3100억원 이상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서울교육청의 재정 상황은 내년에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수위는 “내년 교육부 교부금이 약 3000억원 줄 것으로 예상되고, 누리과정 사업비는 총 6252억원으로 779억원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른 시·도교육청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청연 인천시교육감 당선자 인수위는 최근 “시교육청 재정을 파악해보니 올해 말까지 필요한 1621억원 가운데 불용액을 충당해도 1000억원의 재원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정부 교부금과 인천시의 이전 수입이 감소한 반면, 누리과정과 돌봄교실 사업에 2000억원 이상이 소요되서다.
대전시교육청의 올해 예산은 1조5393억원으로 지난해 보다 148억원 증가했다. 그런데도 누리과정 예산 130억원 증가 등으로 인해 약 400억~500억원 이상 적자가 예상된다. 대전교육청 관계자는 “누리과정 예산이 2012년 250억원에서 올해 1170억원, 내년 1300억원으로 3년만에 1000억원이 증가했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경남도교육청 역시 재정적자가 불가피하다. 인건비 증액과 시설투자 외에 누리과정 2500억원이 가장 큰 요인이다. 경남교육청 예산 담당자는 “새 교육감 공약사항에 따른 사업비 수요를 고려하면 예산을 편성하기가 두려울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충북교육청은 올해까지 간신히 적자를 면할 정도로 빠듯한 살림인데, 누리과정(1059억원) 등 국책사업을 차질없이 진행하고 다른 사업은 줄여 나가는 방식으로 예산을 운용하고 있다.
각 시·도교육청 인수위는 일단 기존 사업을 재검토하고 긴축 예산을 운영해 재정난을 극복할 계획이다. 그러나 인건비와 학교기본운영비 등 필수 경직성 경비가 대부분이어서 ‘긴축’에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좀 더 근본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도흠 서울시교육감 인수위 부위원장은 “정부 차원에서 누리과정 사업비 지원과 교부금 교부율 인상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재금 서울시교육청 기획조정실장은 “지금 내국세에서 20.57%를 교부금으로 걷는데 25.57%로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기재부에서 받아들여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교육부 예산 담당자는 “교육부가 초중등 부문 국고 보조금 3조원 정도를 기획재정부에 신청했는데 지급 될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대전교육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 “3조원이 반영되지 않으면 학교는 기본적인 교육과 밥먹이고, 돌보는 기능 외에 다른 프로그램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국 종합, 전정윤 김지훈 기자 ggum@hani.co.kr,
서울시교육청 예산 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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