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자 가족 “새주인 반대” 이사회 방해
주변선 “복귀 움직임” 냉소
1997년 2월부터 관선이사 체제로 운영돼온 광운대학교(총장 박영식)가 시끄럽다.
학내비리로 쫓겨난 설립자 가족 쪽에서 새 총장 선출을 방해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들과 뜻을 같이 하는 일부 인사들은 물리적으로 이사회 개최를 막고, 재단 사무국 점거에 이어 본관 앞 농성을 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학교 구성원들은 이를 비리 재단의 복귀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이사회 파행과 재단사무국 점거=이사회(이사장 강문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대표)가 다음달 8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박 총장의 후임을 정하기 위해 이사회를 소집했으나 두 차례나 무산됐다. 광운전자공업고등학교 동문을 자칭하는 사람들과 일부 정체를 알 수 없는 ‘어깨’들이 현장에 나타나 이사회 개최를 막았기 때문이다.
학교 당국과 이사진에서는 그 배후를 학교 설립자의 둘째 아들인 조무성 전 총장 등으로 보고 있다. 권태한 기획처장은 “조 전 총장이 지난달 이사회가 무산된 뒤 회의를 막은 이들과 함께 식사하는 모습을 봤다”며 “학교 관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와 ‘누구 마음대로 총장을 뽑느냐’고 큰소리를 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조 전 총장은 1993년 입시비리 때 미국으로 도피했다가 6년 만에 귀국한 바 있다.
이사회가 우여곡절 끝에 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새 총장 선임 절차를 밟기 시작하자, 이번엔 조 전 총장을 지지하는 한 동문이 “총장 선출 작업을 중단하라”며 2일부터 열흘 동안 재단 사무국을 점거하다가 경찰에 연행됐다. 총장후보추천위원회는 12일과 15일 경비용역업체가 본관 건물 출입을 통제한 상태에서 작전하듯이 겨우 열렸다.
사태 원인과 구성원들의 반응=전 총장 가족들이 새 총장 선임을 막는 이유는 새 총장 선출을 학교의 ‘새 주인 찾기’와 관련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사회는 ‘선 재단정상화 뒤 총장선임’ 계획을 세우고 올해 봄부터 학교 정상화를 위한 경영자 영입에 나섰고, 이중근 ㈜부영 회장이 700억원을 학교에 투자하겠다며 응했다. 하지만, 비리로 물러난 조 전 총장 등이 반대해 협상은 진전되지 않았다. 그러자 현 이사진은 먼저 새 총장 선임 작업에 들어갔다.
권 처장은 “이사장이 이사회에서는 총장 선출만 논의할 뿐 학교 경영자 초빙과 관련한 논의는 안 한다는 각서까지 써줬지만, 막무가내로 이사회 개최를 방해했다”고 말했다.
장은지(중국학과 3)씨는 “이중근씨를 두 손 들고 반기는 것은 아니지만 조무성씨가 다시 학교로 오는 것만은 절대 반대”라고 말했다. 교수협의회와 노조, 총학생회, 교무위원회도 잇달아 현 이사진의 결정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한 상태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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