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지대쪽에 “불이행땐 강력 조처”
비리전력자 복귀 차단책 마련키로
비리전력자 복귀 차단책 마련키로
교육부가 사학비리의 상징적 인물인 김문기(82) 상지대 총장의 사퇴를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김씨의 이사 취임 승인은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상지대 교수·학생 등 구성원들은 “당연한 결정”이라며 반겼고, 김씨 측근들은 ‘월권’이라며 반발했다.
교육부(장관 황우여)는 22일 보도자료를 내어 “총장 선임은 이사회 결정사항이지만 도덕적·윤리적 기준도 필요하다. 갈등 유발보다 구성원들의 신임을 얻을 능력과 덕망을 갖춘 인사를 총장으로 선임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김씨의 총장 사퇴를 공식 요구했다. 교육부는 “(김씨가) 과거 이사장 시절 부당한 행위로 실형이 선고된 점, 최근에도 검찰 수사를 받는 등 총장으로서 정상적 역할을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학생들의 점거농성 등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이 크고, 김씨의 총장 임명에 대한 대외적 우려가 적지 않은 점도 근거로 댔다. 교육부 고위 간부는 이날 김문기씨에게 전화로 이런 입장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지대 재단인 학교법인 상지학원이 21일 김씨의 이사 취임 승인을 신청한 것도 교육부는 거부할 것임을 명확히 했다. 사립대 임원 취임은 교육부 장관 승인 사항이다. 교육부는 김씨의 과거 부정행위 전력과 학내 갈등 야기를 그 근거로 들었다. 교육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지난 1월 김씨의 정이사 선임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도 고려했다.
그동안 김씨의 복귀와 재단 장악을 사실상 방관해 오던 교육부가 뒤늦게 강경대응으로 돌아선 건, 사태가 악화될 경우 여론의 비난이 교육부와 정권을 향할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교수협의회 대외협력특별위원장)는 “전국민의 공론이 반영된 상식적인 결정으로, 교육부가 좌고우면할 사안이 아니었다”며 “교육부가 현 사태를 야기한 이사 8명 모두를 해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동권 상지대 교수협의회 공동대표도 “김문기씨의 이사 승인 거부에 그쳐서는 안 되며 즉각 행정감사를 실시하고 임시이사를 파견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로 엿새째 총장실을 점거하고 있는 상지대 총학생회는 김씨가 총장에서 사퇴하고 이사진 전원이 교체될 때까지 농성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상지대 재단이 이번 요구를 조속히 이행하지 않으면 “모든 수단을 강구해 강력하게 조처할 계획”이라고 경고했다. 또 ‘비리 전력자’가 학교의 장이나 임원으로 선임되는 것을 막을 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김씨 쪽과 가까운 상지대 인사는 “총장 선임은 이사회가 어려운 학교 상황을 해결하려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다. 총장이 사퇴하면 대안이 있는지 의문이다. 무책임한 결정”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교육부 조처에 법적 근거가 있는지 검토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상지학원은 김문기씨를 이사로 선임한 7월28일 이사회 회의록을 25일이 지난 이날까지도 공개하지 않았다. 김씨를 총장에 선임한 8월14일 이사회 회의록 역시 미공개 상태다. 사립학교법 시행령은 이사회 회의록을 열흘 안에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석달 동안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런 불법행위에 대해 지금껏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사회가 김씨의 이사·총장 선임 안건을 제대로 심의·의결했는지 외부에선 전혀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수범 기자, 원주/박수혁 기자 kjls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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