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국사편찬위원회 대강당에서 교육부가 주관한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 개선 토론회’에서 한 단체 회원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과천/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 개선 토론회
“국편 한 부서가 만들면 곤란”
그나마 특수성 전제한 조건부 찬성
분단 상황 거론하자 거센 비판 받아
대부분 “검인정은 자연스런 진화
문제 생기면 보완법 찾는게 도리”
“국편 한 부서가 만들면 곤란”
그나마 특수성 전제한 조건부 찬성
분단 상황 거론하자 거센 비판 받아
대부분 “검인정은 자연스런 진화
문제 생기면 보완법 찾는게 도리”
교육부가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 개편에 앞서 전문가와 교육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려고 마련한 첫번째 토론회는 ‘국정 교과서 전환 찬성 입장의 완패’로 끝났다. 청와대의 강력한 의지에도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국정 전환을 추진할 명분이 또 한번 크게 흔들렸다.
26일 경기도 과천 국사편찬위원회 대강당에서 교육부 주최로 열린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 개선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는 예상과 달리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쪽으로 의견 수렴이 이뤄졌다. 진보적 시민단체나 역사학회가 주최한 토론회가 아닌데도, 역사 및 교육 전문가 대부분이 더이상 국정 교과서는 안 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건 그만큼 학계의 부정적 여론이 높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국정 전환을 강력하게 주장하리라 예상했던 홍후조 고려대 교수마저 “국정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데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현행 검정제의 문제점을 부연할 정도였다.
이날 발제 및 토론자로 참여한 13명의 전문가 가운데 결과적으로 ‘국정화 찬성’ 쪽으로 기운 것은 세 명뿐이다. 그나마도 한국 사회의 특수성 등을 전제한 조건부 찬성에 가까웠다. 이 가운데 홍 교수는 “5~7명이 모여서 쓴 검정 교과서보다 100명이 모이면 더 좋은 교과서를 만들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검정 교과서를 집필·심사하신 분들이 모두 모여 교과서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교육부가 지금처럼 투자도 하지 않고 국사편찬위원회에 한 부서를 만들어서 (국정 교과서를) 하려 들면 검정보다 못한 교과서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다.
이종철 ‘청년지식 스토리 케이(K)’ 대표와 이재범 경기대 사학과 교수도 국정제를 옹호했다. 이종철 대표는 “검인정제, 자유발행제가 더 낫다고 생각하고 선진국의 흐름이라고 보지만, 분단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국정 교과서 옹호 논리를 폈다. 이 대표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정제 교과서를 펴낸다고 사고가 획일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 시절 국정제의 폐해에 고착된 기우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재범 교수도 “전 국민이 감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정화를 한다고 해도 1970~80년대처럼 획일적인 교육을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제에 찬성한 세 명의 의견은 반대 쪽 토론자와 청중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익주 서울시립대 교수는 “한국의 특수성 때문에 국정화를 해야 한다고 하는데 세계 모든 나라는 자기의 특수한 상황이 있다. 또 요즘 시대에 국정 교과서를 한다고 획일화되지 않을 거라는 근거 없는 낙관론에 동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정인 춘천교대 교수(한국사)는 “국정화에 반대하는 이유가 많지만 결국 국정에서 검인정으로 가는 과정은 민주화, 세계화 등 진화적이고 순리적인 현상이다. 이념을 떠나 세상이 변하면서 사회적 변화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 국정에서 검정으로의 자연스러운 진화”라며 국정 교과서에 반대하는 논리를 폈다.
이익주 교수 등 대부분의 토론자들은 겨우 두번째 한국사 교과서를 발행한 검정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현재 이뤄져야 할 논의의 핵심이라는 데 동의했다. 이 교수는 “문제가 생기면 보완 방법을 찾는 것이 도리다. 과거 국정 교과서의 폐해를 교훈으로 삼지 못한다는 것은 반역사적이고 비합리적”이라고 짚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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