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고사가 치러지는 서울 용산구 성심여고 후문 앞에서 용산화상경마장에 찬성하는 일부 학부모단체가 마이크와 앰프를 사용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홍용표 성심여고 교사 제공
‘공교육살리기 학부모연합’ 등 용산 화상경마장 찬성 단체들
“성심여고, 경마장 반대 회견에 학생 동원은 범죄행위” 목청
“성심여고, 경마장 반대 회견에 학생 동원은 범죄행위” 목청
3일 오전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고사가 치러지는 학교 앞에서 일부 학부모단체가 마이크와 앰프를 사용해 기자회견을 열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공교육살리기 학부모연합’과 ‘유관순어머니회’ 회원들과 용산화상경마장(장외마권발매소)을 찬성하는 서울 용산구 주민 등 30여명은 용산구 성심여고 후문 앞에 마이크와 앰프를 설치하고 “전교조·정의당과 손잡고 학생 망치는 성심여고 교장과 전교조 교사를 고발한다”는 요지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희범 공교육살리기 학부모연합 사무총장은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주말 성심여고 교장과 교사들이 학생들을 데리고 나와 용산 화상경마장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이렇게 학생들을 동원하는 것은 범죄행위”라고 기자회견 취지를 밝혔다.
기자회견은 오전 7시50분부터 8시45분께까지 이어졌다. 학생들은 8시10분까지 입실 완료해 안내방송과 주의사항을 들으며 시험을 준비했고, 1교시 언어영역은 8시40분부터 시작됐다. 현장에 있었던 이 학교 홍용표(42) 교사는 “고3부장·인성부장 선생님 등 교사들이 모의고사를 치러야 하니 마이크를 쓰지 말아달라고 요청하는 등 강력히 항의했지만 무시당했다”고 말했다.
이날 치러진 모의고사는 수능시험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해 전국 2100여개 학교와 290여개 학원에서 모두 63만여명의 수험생이 응시한 모의평가로 수험생들이 수능 전 자신의 성적을 확인하고 수시원서를 접수하는 데 중요한 지표가 되는 시험이다.
성심여고에 고3 자녀를 둔 홍영애(43)씨는 “학생들이 수능시험을 두 달 앞두고 중요한 모의고사를 치르기 위해 긴장하고 있는데, 소위 공교육을 살리겠다는 사람들이, 부모란 사람들이 어떻게 하필 이날 학교 바로 앞에서 마이크와 앰프를 사용해 기자회견을 열 수 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고3 딸과 모의고사가 끝난 후 전화 통화를 한 홍씨는 “학교 밖에서 들려오는 난데없는 큰 소리에 교실 안 학생들이 신경이 쓰이고 당혹스러워 하는 등 혼란을 겪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희범 사무총장은 “모의고사가 있다는 사실을 전날 알고 있었다. 하지만 기자회견은 일주일 전부터 잡혀 있던 일정이어서 그대로 진행했다. 기자회견이 길어야 30분 만에 끝날 것으로 생각했는데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방해해 더 길어졌다”고 밝혔다.
김규남기자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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