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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교육부의 전교조 미복귀 전임자 직권면직은 위법”

등록 2014-09-03 21:54수정 2014-09-03 23:05

법학자 출신 김승환 교육감 주장
“인사·징계 행정대집행 해본적 없어”
안행부 담당자도 근거규정 ‘갸웃’

서울교육청, 12명 면직절차 착수
교육부 압박에 일단 수순 밟는듯
교육부가 뚜렷한 ‘법률적 근거’도 없이 진보 교육감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미복직 전임자 직권면직이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 취소 등 주요 현안에 대한 교육부의 대처가 ‘월권’이라는 것이다.

 김승환 전라북도교육감은 3일 교육부가 전교조 미복직 전임자에 대한 징계를 압박하려고 언급한 ‘직권면직 대집행’은 전례가 없는 위법 행위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징계 등 인사 문제는 대집행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법학교수 출신인 김 교육감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학설과 판례에 따를 때, 국민을 대상으로는 행정대집행을 할 수 있지만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의 권한 행사 불이행에 대해서는 할 수 없다. 그게 행정법의 지배적 견해이고 판례”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집행은 불법 건축물 철거가 전형적인 예다. 신분상의 조처에 대해 행정대집행을 할 수 있다는 판례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안전행정부 자치제도과 행정대집행 담당자 역시 <한겨레> 문의에 “인사·징계에 대한 대집행은 해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어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 도로공사에 반대하고 있는 주민에 대해 대집행을 할 수 있는 지 여부에 대해 검토한 결과, 사람에 대해서는 대집행을 할 수 없다고 답변이 나간 적은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직권면직에 관해 행정대집행을 하겠다는 근거 규정을 묻는 질문에 “지방자치법 제170조에 직무이행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대집행 할 수 있다고 돼 있다”고 밝혔다.

 이 조항을 보면 ‘주무부장관이나 시·도지사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이행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그 지방자치단체의 비용부담으로 대집행하거나 행정상·재정상 필요한 조처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행정대집행에 관하여는 행정대집행법을 준용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행정대집행법 시행령 별지 제6호서식’을 보면 인사나 징계는 대집행 대상으로 볼 수 없다. 서식에서는 대집행 유형으로 ‘①공익사업 시행 ②불법 건축물 철거 ③불법 광고물 철거 ④불법 적치물·장애물 제거 ⑤그 밖의 불법 시설물 철거 ⑥재난위험 제거 ⑦무단 토지형질 변경 시정 ⑧불법 폐기물처리 시정 ⑨노점상 정비 ⑩그 밖의 유형’이라고 돼 있다.

 김 교육감은 “10호 역시 1~9호와 성질을 같이 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 밖의 유형’이라고 아무 것이나 갖다 붙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조항 상호간 모순이 없어야 그 조항의 체계 정당성이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3일 대집행 사전단계(기초조사)로, 각 시·도 교육청에 이번주 금요일까지 미복직자에 대한 징계위원회 진행상황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초조사를 언제까지 마칠 지, 언제 대집행에 들어갈 것인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시·도교육청이 벌써(진작에) 직권면직을 했어야 하는데 이제서야 절차에 착수했다. 의도적으로 지연하는 것으로 판단되면 대집행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교조 미복직 전임자는 서울 12명, 전북 4명, 경기·전남·경북 각각 2명, 강원·경남·대전·울산·인천·충북·충남 각각 1명씩 모두 29명이다. 이 가운데 경북은 2명에 대해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내렸고, 전북은 직권면직 시한이 19일이라 여유가 있다. 강원은 대법원에 직권면직 직무이행명령 취소소송을 낸 상태다.

 이에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2일 전교조 미복직 전임자 12명에 대해 직권면직 절차에 착수했다. 교육부가 “직권면직을 하지 않으면 대집행(대신 직권면직) 하겠다”고 압박하자, 일단은 절차를 밟는 모양새를 갖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징계위원회를 열어 본인 소명을 듣는 등 최장 3개월의 심의 절차를 거쳐야 하고, 직권면직의 경우 최종 결정을 교육감이 하도록 돼있어 실제로 직권면직이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교육청은 지난 2일 미복귀 전임자 중 공립교사 11명에 대한 직권면직 의견 요구서를 해당 교육지원청에 보냈다고 3일 밝혔다. 사립학교 교사 1명은 해당 학교에 해직요청서를 보냈다. 공립고교 교사는 서울교육청에서, 초·중등교사는 교육지원청에서 각각 징계위원회를 열게 된다. 사립학교는 재단에서 해직 절차를 진행한다. 징계위에서 본인 소명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본인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징계위가 연기된다.

 교육부가 지난 1일 자사고 지정 및 취소 권한을 교육감으로부터 빼앗아오겠다며 발표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령안도 위법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은 3일 보도자료를 내어 “교육자치를 훼손하는 위헌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교육부는 교육감이 자사고·특목고 등을 지정 또는 지정 취소할 때 교육부 장관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시행령을 고쳤는데, 기존 법령에 대한 검토가 부족한 불법이라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자사고 제도의 채택은 국가의 사무이므로 교육부 장관에게 제도 존폐의 권한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교육부 주장대로 국가사무라면 대통령령인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 제7조에 의해 사전승인이 엄격히 제한된다. 이 조항은 “수임 및 수탁사무의 처리에 관하여 위임 및 위탁기관은 수임 및 수탁기관에 대하여 사전승인을 받거나 협의를 할 것을 요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일 교육부 주장과 달리 자사고 지정 및 취소가 교육감의 자치사무라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교육감 자치사무에 대해 장관이 사전동의를 요구하는 것은 재량권 일탈·남용이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기존법령에 대한 검토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행정부의 입법 권한을 남용해 교육감 길들이기만을 하려는 교육부의 행태는 교육자치를 훼손하는 심각한 위헌적 발상”이라며 즉각 취소할 것을 촉구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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