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해 11월7일 오전 서울의 한 여고에서 수험생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시안 발표
‘창의·융합인재 양성’ 목적으로
과학·사회 교육 강화한다지만
과학 수업시수 사회보다 적어 논란
사회적 합의 없이 졸속 진행도
교육계 “먼저 수능부터 바꿔야”
‘창의·융합인재 양성’ 목적으로
과학·사회 교육 강화한다지만
과학 수업시수 사회보다 적어 논란
사회적 합의 없이 졸속 진행도
교육계 “먼저 수능부터 바꿔야”
교육부와 국가교육과정개정연구위원회(개정연구위)가 11일 ‘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총론 주요 사항’ 시안을 발표했다. 교육부가 12일 공청회에 이어 24일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인데,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2018년부터 고교 통합사회·통합과학이 공통과목으로 도입된다. 2021년부터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도 포함된다. 그러나 과학 교과군 필수이수단위가 한국사를 포함한 사회 교과군보다 적고, 교과과정 개정이 사회적 합의 없이 졸속으로 진행되는 탓에 과학기술계와 교육계의 반발이 거세다.
교육부가 내세운 교육과정 개편의 가장 큰 목표는 ‘창의·융합인재 양성’이다. 특히 문과생이 과학을, 이과생이 사회를 공부하지 않는 현행 ‘문·이과 칸막이’를 없애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어·영어·수학·과학·사회·한국사를 문·이과 구별 없이 배우는 고교 공통과목으로 도입하고,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등 융합형 과목을 개발하기로 했다.
공통과목을 도입하려면 교과서를 개발하고 교사를 양성하는 문제 외에도, 당장 교육 현장의 ‘뜨거운 감자’인 수업시수 문제가 제기된다. 개정연구위는 공통과목 도입과 함께, 교과별 필수이수 및 공통과목 단위(1단위는 주당 한 시간씩 한 학기를 배우는 것으로, 대학의 1학점 개념)도 조정했다. 이와 관련해 세 가지 시안을 내놨는데, 1안과 3안은 사실상 같은 내용이라 실제론 1안과 2안 두 개라고 보면 된다. 결과적으로 모두 과학 교과군 필수이수단위(12~14단위)가 ‘사회+한국사’(16~18단위)보다 4단위 적다.
1안은 국어·영어·수학 필수이수단위(최소이수단위)를 각각 10단위로 한다. 2017년부터 수능 필수가 되는 한국사 필수이수단위가 6단위다. 한국사를 제외한 사회 교과군 필수이수단위는 10단위인데, 이 중 신설되는 통합사회가 8단위다. 나머지 2단위는 세계사·한국지리 등 일반선택 사회 과목에서 고른다. ‘한국사+사회’가 16단위인 반면, 과학 교과군 필수이수단위는 12단위다. 이 중 8단위는 신설되는 통합과학, 2단위는 과학탐구실험이다. 나머지 2단위는 물리·화학 등 일반선택 과목에서 고르면 된다.
2안은 국·영·수 필수이수단위를 12단위로 한다. 한국사는 1안과 마찬가지로 6단위다. 사회 교과군 12단위(통합사회 8단위)와 한국사를 합하면 18단위다. 반면 과학 교과군은 공통과학 8단위와 과학탐구실험 2단위, 일반선택 과학 4단위를 합해 14단위다.
이 문제를 ‘문·이과 밥그릇 싸움’을 넘어 이해하려면 이전 교육과정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현행 선택 교육과정은 1997년 7차 교육과정부터 본격화했다. 이때 원칙적으로 한국 교육과정에서 문과와 이과 구분은 폐지됐다. 그런데 2005년부터 사회탐구·과학탐구·직업탐구 중 하나만 선택해 치르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체제가 도입된 탓에, 고교에서 사회탐구를 선택한 학생을 ‘문과생’으로, 과학탐구를 선택한 학생을 ‘이과생’으로 나눠 가르치는 칸막이가 강화됐다. 다만 2007년 교육과정까지는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이 있어, 초등 3~4학년부터 고교 1학년까지 국·영·수·사회·과학 등 10개 과목을 필수로 배웠다.
이른바 ‘공통교육과정의 붕괴’는 2009년 교육과정 개정 때 발생했다.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을 없애고 고교 3년간 교육과정을 모두 선택으로 바꿨다. 대신 교과군별로 필수이수단위를 만들었는데, 국·영·수·사회·과학의 필수단위가 각각 15단위였다. 2013년 부분개정은 이 필수이수단위를 10단위씩으로 줄였다. 입시가 최우선인 일선 고교에서 국·영·수는 ‘필수+알파’로 30단위씩 가르치기 때문에 필수단위라는 의미가 없다. 반면 다른 과목은 딱 필수만큼만 가르치고, 그나마도 국영수로 대체되기 일쑤다. 필수단위 축소가 사회·과학의 약화와 국영수 편중 심화로 이어진 이유다.
진영효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참교육실장은 11일 “문·이과 통합을 하려면 사회와 과학 교과군 필수가 최소한 15~20단위는 돼야 하는데 현재 교육과정 개정은 목표와 방법이 거꾸로 가고 있다”며 “수능 체제 때문에 문·이과가 나뉘니, 교육과정부터 급하게 손댈 게 아니라 수능 먼저 바꾸면 된다”고 말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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