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2018학년도부터 적용하려는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의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2과목의 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념적 갈등이 큰 주제를 다룰 과목의 주요 내용을 통제하고, 급격한 변화상을 반영하려 검정 체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제적 조류와도 배치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제윤 교육부 창의인재정책관은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의 총론 주요사항을 발표하며 “신설 통합사회·통합과학 과목은 일단 국정교과서로 출발해 검정교과서로 가는 방안과 처음부터 검정교과서로 가는 두 방안을 두고 토론회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부 관계자는 22일 배경설명 때는 “첫 통합사회·통합과학 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하되, 차기 교육과정 교과서부터는 검정으로 가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교육부의 속내는 국정 교과서 발행 쪽에 쏠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22일 배경설명에서 “어떤 과목이든 처음 생기는 과목이 있으면 최초에 국정으로 하고 다음에는 검정으로 간다”고 설명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2007년 도입된 통합과목인 사회와 과학은 첫 교과서부터 검정으로 도입됐다. 더구나 한국사 교과서 이외에 역사와 윤리, 정치, 경제, 법 등이 포함된 사회 과목은 전통적으로 이념적 논란이 굉장히 심한 과목이다.
교육부는 25일 서울교대에서 열리는 ‘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정 추진에 따른 교과용 도서 구분 기준(안) 정책연구 토론회’에서 두 과목 교과서의 구체적 추진 일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야당과 교육계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과 함께 국정 교과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가로막고 나섰다. 국정 교과서가 창의·융합 인재를 양성한다는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취지에 맞지도 않을뿐더러, 시대에 역행하고 학생들한테 정부 입맛에 맞는 편향된 이념을 강요하는 등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교육부는 이밖에 초등학교부터 ‘소프트웨어(SW) 교육’과 ‘한자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초등학교 5~6학년 때 한 학기 동안 주 1시간 소프트웨어 기초 소양 내용으로 개편된 ‘실과’ 수업을 듣고, 중학교에서는 필수과목으로 전환된 ‘정보’ 교과를 1년 동안 주 1시간씩 배운다. 고교에선 ‘정보’를 일반선택 과목으로 운영한다. 초등학교 한자교육 활성화를 위해 400~500자가량의 한자를 국어나 사회 과목 등에 병기한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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