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교재 지문을 베껴 출제한 수능 영어 문제 사례.
대부분 교재 지문 변형 없이 그대로 출제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영역이 EBS 교재에 나오는 지문을 그대로 베껴 출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BS-수능 연계’가 아니라 ‘EBS 베끼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8일 교육부 국감 보도자료를 통해 “2014년 수능 분석 결과, 대부분의 EBS 연계지문이 변형없이 (그대로) 출제됐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 2010년부터 수능 70%를 EBS 교재와 연계해 출제하고 있으며, 2013년 수능 영어의 경우 전체 문항 45개 중 32개를 EBS와 연계해 출제한 바 있다.
이 의원은 ‘EBS 베끼기’ 증거로 2014학년도 수능 영어 23번과 24번 문항을 예로 들었다. 23번은 EBS <수능완성-유형편 18강 1번> 지문을, 24번은 <고득점 230제-9강 195번> 지문을 그대로 옮겨 놨다. 이 의원은 “EBS 교재 5권에 있는 지문 약 1000개만 파악하면 수능 독해부분 연계문제 지문을 모두 파악할 수 있다. 수능에서 EBS 베끼기가 되풀이되면서, 사교육 시장에서는 한국어로 EBS 영어지문 해석본을 외우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온라인 입시 학원 상위 5개 업체에서는 모두 이런 식의 ‘영어 없는 영어수업’ 강의가 개설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의원은 사교육 업계 유명 영어 강사의 강의를 공개했는데 “첫 문장만 외워라. 나머지는 한글로 내용을 암기해라. 그럼 첫 문장만 보고도 풀 수 있다”고 가르쳤다. 뿐만 아니라 서점에서는 EBS 지문을 단기간에 외울 수 있도록 한글과 그림으로만 도배된 ‘영어 없는 영어교재’도 판매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의원은 “EBS 교재와 수능 연계 제도를 통해 사교육비를 줄이는 정책 방향은 타당하나, EBS를 그대로 베끼는 것은 결코 정책 본연의 목적이 아니다. EBS와 공교육만으로 수능을 잘 치를 수 있도록 하되 영어 교육 자체의 의미가 퇴색하지 않도록 시스템의 총체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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