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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경계에 선 아이들에게 꿈 찾아주고 싶어요”

등록 2014-10-28 19:13수정 2015-01-15 14:20

[짬] 부천 교육복지 코디네이터 임학림 교사
“아이들이 너무 달라졌어요.”

부천교육지원청에서 교육복지 코디네이터로 일하는 교사 임학림(사진)씨는 26일 지원청에서 다시 만난 중학생 25명의 모습에 환한 웃음을 지었다. 바로 부천교육지원청(교육장 한영희)과 시민단체인 동북아평화연대(이사장 도재영)가 함께 주최한 ‘햇살나눔, 다문화 국제교육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다.

‘경계에서 꿈을 찾다’는 제목으로 지난 16~21일 진행된 이 프로그램은 중국 동북3성의 고구려 유적지와 백두산, 연변 등지를 돌아보고 라오닝성의 환인조선족중학교 학생들과도 교류의 시간을 가지는 것으로 짜였다. 인솔자로 함께 했던 그는 5박6일간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여행을 경험한 뒤 밝게 변한 아이들의 모습이 한 눈에 느껴져 뿌듯했다.

다문화·취약계층 청소년 설문조사
기초수급자 되고 싶다는 답에 충격
2006년 지역 교육복지 사업에 나서

부천시·교육지원청·동북아평화연대
‘다문화 국제교육교류’에 25명 선발
동북3성 답사·조선족중학생과 교유

지역 교육지원청 차원에서 다문화 가정과 취약계층 중학생을 대상으로 이처럼 국제교류를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씨의 노력도 있었지만, 지자체와 교육지원청, 지역사회 전체가 마음을 하나로 모은 결과였다. 먼저 임씨가 동북아평화연대와 함께 기획을 했고, 부천교육지원청 한영희 교육장이 적극 지지 의사를 밝혔다. 부천시 또한 다문화 가정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예산 지원을 떠맡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다. 부천시는 이미 내년도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국제교류 예산도 확정해놓은 상태다.

임학림 부천 교육복지 코디네이터 교사
임학림 부천 교육복지 코디네이터 교사
임 교사는 면접을 통해 조선족 어머니를 둔 다문화 가정, 탈북자 가정, 그리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취약계층 아이들로 25명의 참가단을 꾸렸고, 이들의 첫 국외 교류 활동이라는 점에서 학생들의 안전문제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그가 이처럼 열정을 쏟은 것은 몇년 전 다문화, 취약계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고 너무나 가슴 아팠기 때문이다.

“장래 꿈을 묻는 질문에 한 학생이 기초생활수급자가 되고 싶다고 답을 했더라구요.”

그 대답이 늘 말없이 무표정했던 다문화, 취약계층 아이들의 얼굴과 겹쳐졌다. 그는 교육의 중요한 목적 가운데 하나가 어려운 환경에 처한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것은 곧 ‘교육복지’의 핵심 가운데 하나이기도 했다. 그래서 교류 프로그램의 제목을 ‘경계에서 꿈을 찾다’로 정했다. 경계선상에 서 있는 아이들이 또다른 경계선상에 있는 조선족 학생들과 교류하면서 꿈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것이다.

사실 임씨가 부천교육지원청에서 일하는 가장 큰 이유도 교육복지를 촉진하고 싶어서다. 그는 2000년대 초부터 부천지역에서 청소년 교육 관련 활동을 해왔다. 이후 김대중 정부에서 ‘교육복지’ 사업이 도 단위에서 시험적으로 운용되자, 지역사회에서 ‘누군가는 교육 행정조직에 직접 들어가서 활동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그는 이런 바람을 안고 2006년부터 부천교육지원청에서 ‘교육복지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다.

그는 비록 첫 단계이지만 이번 국제교류 프로그램의 성과가 적지 않다고 본다. 면접 때 말문조차 잘 열려고 하지 않던 아이들이 조선족 친구들의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는 등 하루이틀 지나면서 차츰 얼굴도 밝아지고, 말도 많아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경계’의 의미를 바른 방향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한국에서 ‘다문화’는 좁은 의미였다. 하지만 조선족 재중동포 어머니가 살던 동북 3성에 온 아이들에게 ‘다문화’는 이전과 다른 더 크고 넓은 가능성으로 다가왔다. 아이들은 앞으로 한국과 중국의 협력관계 발전에 자신들이 중요한 구실을 할 가능성이 다른 친구들보다 높다는 사실을 체감했던 것이다.

임씨는 다문화와 취약 계층의 학생들로 구성된 참가단에서 아이들이 함께 어울리며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인 점도 큰 성과의 하나로 꼽는다. 다문화와 취약 계층의 아이들은 모두 경계선상에 있지만, 서로에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거의 없었다. 그러다 이번 여행을 통해 마음을 여는 친구가 된 것이다.

그는 이런 학생들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어쩌면 교육기관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을 너무 늦게 시작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단다. “이민자가 많은 프랑스에서는 그 자녀들을 위한 사회적응 프로그램이 널리 갖춰져 있어요. 그런 교육 투자가 장기적으로 사회갈등을 줄이고 통합을 높이는 결실로 돌아오고 있구요.”

그래서 이날 후속 모임은 여행의 끝이 아니라 ‘경계의 개념’을 발전시켜 나가는 출발점으로 삼을 작정이다. 아이들은 동아리를 만들고, 아이들의 어머니 모임도 꾸릴 계획이다. 새달로 예정된 부천시교육지원청 보고대회 등에서 다문화 어머니들도 교육 주체의 한 축으로 당당히 나서게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부천의 사례가 다른 지역에서도 ‘경계 교육’에 눈을 돌리는 본보기로 퍼져 나갔으면 좋겠어요.”

글·사진/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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