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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수능 오류 책임지지 않는 ‘책임자’

등록 2014-11-04 20:47수정 2014-11-04 21:44

현장에서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눈앞에 닥쳤다. 13일 치러질 수능을 앞두고 출제와 채점을 맡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새로운 짐이 하나 더 얹어졌다. 1년 전 3만7600여명의 수능 성적을 재산출하는 일이다. 순전히 평가원과 교육부의 ‘잘못’이어서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덩달아 대학들도 논술 채점 등 지난해 수시 전형 결과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그러나 이런 행정적 번거로움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입었을 상처에 결코 견줄 바가 아니다.

지난해 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 오류로 피해를 본 수험생은 1만8800여명이다. 3점이 깎인 탓에 수시모집의 수능 최저등급을 충족시키지 못해 탈락한 수험생이 몇 명이나 되는지 아직 모른다. 같은 이유로 정시모집에 하향 지원할 수밖에 없었던 수험생 수도 헤아리기 어렵다. 그들은 ‘바라던 데가 아닌 대학이나 학과에 다니고 있다’며 억울해한다.

그렇다면 수험생들에게 상처를 안긴 책임자들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한겨레>는 3일 지난해 수능 총책임을 맡았던 성태제(60)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을 찾았다.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로 돌아간 그는 “할 말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수험생들에게 사과할 의향이 없느냐”는 질문에도 묵묵부답이었다.

수능 출제 오류는 2007년 12월 치러진 수능 물리Ⅱ에서도 있었다. 그러나 사후 대처는 대조적이었다. 당시 정강정 평가원장은 곧바로 수험생들에게 사과하고 대학에도 수험생 피해가 없게 해달라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서남수 교육인적자원부 차관도 사과했다.

이번 세계지리 출제 오류의 파장을 키운 책임은 성 전 원장에게 있다는 지적이다. 평가원 노조는 ‘성 전 원장의 독선, 독단, 전횡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구조가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수험생 피해 구제나 교육적 책무보다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 무리수를 뒀다고도 했다. 석달여 남은 임기 기간에 출제 오류를 인정할 경우 경력에 흠집이 날 것을 꺼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차관급이던 그가 장관직을 바랐다는 뒷말도 들린다.

교육부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수험생 60여만명의 장래를 결정짓는 국가시험을 관장하는 부처이자 그 실행 업무를 평가원에 위탁한 까닭이다. 서남수 당시 교육부 장관 등이 평가원의 오판에 동의한 연유도 소상히 밝혀야 한다. 부정행위 의심만 들어도 수험생의 응시 기회를 제한하는 ‘엄중한 잣대’를 자신들이라고 예외로 적용할 수는 없다.

이수범 기자
이수범 기자
교육부와 평가원의 과실로 피해를 겪은 수험생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서며 황우여 교육부 장관에게 묻고 있다. “정확한 경위와 책임 규명 없이 재발을 막을 수 있겠는가? 재발해도 제대로 대처할 수 있겠는가?”

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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