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평가원장 사퇴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생명과학Ⅱ 8번과 영어 25번 문항이 복수정답으로 인정됐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1994학년도 수능이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출제 오류, 한해 2개 문항 오류라는 오점을 남기게 됐다. 김성훈 평가원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성훈 평가원장이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5학년도 수능 정답을 확정해 발표했다. 김 평가원장은 “생명과학Ⅱ 8번 문항은 (평가원이 애초 정답으로 제시한) ④번 외에 ②번도 정답으로, 영어 25번은 ④번 이외에 ⑤번도 정답으로 판정했다”고 밝혔다.
평가원이 수능 정답 확정 이전에 복수정답을 인정해, 재채점까지 간 2008학년도 물리Ⅱ 오류 때와 같은 큰 혼란은 없으리라 전망된다. 다만 입시업체들의 가채점 결과 생명과학Ⅱ는 기존 정답인 ④번을 선택한 수험생이 10~12%, 복수정답으로 인정된 ②번을 선택한 수험생이 63~74% 수준으로 추산돼, 성적 변동이 꽤 있으리라 분석된다. 특히 자연계열이 응시하는 수학B형이 쉬웠던데다 의대 지망생이 주로 선택하는 생명과학Ⅱ의 평균까지 올라, 자연계열 최상위권 학생 사이의 수능 변별력이 떨어지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리라 예상된다. 반면 영어 25번은 기존 정답인 ④번을 선택한 수험생이 압도적으로 많아 복수정답 인정의 영향이 제한적이리라 분석된다.
김 평가원장은 “수험생과 학부모, 수험 지도 선생님들께 혼란과 불편을 드려 깊이 사과드린다. 오늘 모든 책임을 지고 평가원장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평가원장이 수능 출제 오류로 사퇴한 것은 2004학년도 언어영역, 2008학년도 물리Ⅱ 복수정답 사태 등 세번째다. 2014학년도 세계지리 오류 때는 지난 10월 항소심 패소 때까지 평가원이 오류를 인정하지 않았고, 그 사이 임기를 마친 성태제 당시 평가원장(현 이대 교수)은 여전히 공식 책임 인정을 회피하고 있다.
교육부는 다음달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및 운영체제 개선위원회’를 꾸려 내년 3월 최종 개선안을 수립하고, 이를 2016학년도 수능기본계획에 반영할 계획이다. 그러나 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는 보도자료를 내어 “수능 출제 시스템만을 손질하는 단기적 처방에 머무르지 말고 수능의 위치와 역할에 대한 장기적 검토와 대안 채택을 위해 노력하라”며 “수능을 통과(PASS), 낙제(FAIL)만 평가하는 자격고사로 전환하라”고 촉구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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