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수능 성적표가 나왔다. 올해 수능 시험은 전년도에 비해 대체로 쉬웠다는 평이다. 영어는 교육부의 ‘쉬운 수능 영어 출제’ 방침에 맞춰 쉽게 출제됐다. 자연계열 학생들의 당락을 좌우했던 수학B형은 지나치게 쉬워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이 된다. 이에 따라 자연계열은 국어A>과탐>수학B>영어, 인문계열은 국어B>사탐>수학A>영어 순서로 변별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수능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끈 수학B형을 보자. 전년도 수학B형 만점자 수는 936명(0.58%)으로 최고 표준점수는 138점이었다. 그러나 금년도 수학B형의 만점자 수는 6630명(4.29%)으로 작년보다 수가 무려 5694명 늘었다. 최고 표준점수는 전년도에 비해 13점이나 감소한 125점으로 만점이 곧 1등급 컷(커트라인)이었다. 1등급 이내 동점자 수도 전년에는 1349명(1등급 이내 인원 8093명÷1등급 컷과 최고 점수 차 6점)이지만, 올해는 약 5배 늘어난 6630명이다. 특히 영어는 금년도에 통합되면서 응시 인원이 대폭 증가한데다 문제마저 쉬워 만점자의 수가 작년보다 1만7958명이나 늘어난 1만9564명(3.37%)이었다. 동점자 수도 작년보다 늘었다.(표 참고)
따라서 올해 상위권 수험생들은 정시모집 지원 전략을 짤 때 동점자 수 처리 기준을 고려해야 한다. 또 쉬운 수능 때문에 변별력이 약화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학생부 교과 성적의 실질 반영 정도도 살펴 지원해야 한다. 이밖에 인문계열은 제2외국어/한문이 탐구 과목으로 대체됐을 때 변환 표준점수도 고려해야 한다. 자연계열은 쉬운 수학B형으로 예년에 비해 변별력이 많이 약화됐다. 그러나 금년에 의·치대 모집인원 증가로 상위권 학생 ‘채우기 효과’를 고려한다면 ‘하향 안정’보다는 ‘적정 지원’을 해도 될 것이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학과일수록 충원 합격도 많아질 전망이다.
중위권 수험생들이 정시모집 지원 전략을 짤 때는 수능 반영지표를 고려해 유불리를 따져야 한다. 수능 백분위 반영 지표가 유리한지, 표준점수 반영이 유리한지를 따져서 지원하라는 뜻이다. 대체로 국어 성적이 좋지 않고 영어나 수학 성적이 좋은 학생은 백분위 반영 대학을, 그 반대의 경우에는 표준점수 반영 대학을 지원하는 게 유리하다. 특히 자연계 중위권 또는 여학생 가운데 수학B형을 응시한 수험생은 ‘도전 지원’도 해볼 만하다. 과탐 응시인원 23만377명 가운데 수학B형 응시인원은 14만9283명(이 가운데 여학생은 5만341명)으로 8만1094명이나 적어 경쟁률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밖에 중위권 수험생들은 B형에 대한 가산점 여부 등도 고려해 지원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하위권 수험생들은 3개 영역 또는 2개 영역만을 반영하는 대학을 골라 자신의 강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지원하면 좋을 것이다. 특히 하위권 수험생들은 자신의 점수로 대학을 저울질하지 말고, 진로를 고려하는 학과 위주의 선택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모든 수험생들이 전년도 합격선을 참고 자료로만 활용할 것을 당부한다. 올해는 영어 영역 통합, 200명 이하의 모집단위 분할모집 금지로 모집인원 대폭 변경, 영역별 반영비율 변경, 쉬운 수능으로 인한 점수 구조의 변화 등으로 전년도 합격선 점수와는 큰 차이가 있다. 쉬운 수능에서 표준점수 반영 대학은 작년보다 합격 점수 자체가 낮고, 백분위 반영 대학은 높게 형성된다. 대학은 금년도 전형방법과 수능 점수로 학생을 선발한다는 점을 항상 명심하자.
안연근 잠실여고 교사,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서울교육청 대학진학지도지원단 대표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