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교육청 누리 예산 ‘불똥’
장애아 특수교사 사실상 해고
다문화언어강사는 급여 급감
장애아 특수교사 사실상 해고
다문화언어강사는 급여 급감
“하늘이 무너지는 듯하죠. 어디 호소할 데도 없고….”
4년째 경기도내 한 초등학교에서 다문화언어강사로 일하고 있는 최아무개(38)씨는 내년부터 주 15시간 미만 근무하는 ‘초단시간 강사’가 된다. 경기도교육청이 내년도 예산을 올해 대비 13억원 삭감하면서 빚어진 일이다. 귀화하거나 영주권을 취득해 다문화언어강사로 근무하는 129명도 똑같은 처지다. 최씨는 주당 20시간씩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학업 부진을 돕고 한국 학생들에게는 편견 해소 교육을 하면서 ‘다문화교육’을 전파해 왔다. 새해부터 지위가 바뀌면서 월 150만원의 봉급도 80여만원 정도로 줄어든다.
경기도교육청이 기간제 교사 1289명(인건비 644억5000만원)을 줄이거나 관련 예산을 감축하기로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청이 떠안아 3898억원(4.5개월치)을 편성하는 바람에 곳곳에서 예산을 쥐어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고, 그 불똥이 애꿎은 비정규직 기간제 교사들에게 튀고 있다. 최씨와 같은 다문화언어강사들 외에도 각급 학교에서 장애학생들을 돌보는 특수 기간제 교사 130여명 등 학교 안에서도 ‘힘없는 비정규직’ 교사들이다.
경기도내 한 고교에서 8년째 기간제 특수교사로 일해온 김아무개(40)씨는 이달 초 자신의 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장애학생 수가 8명인 반에서 담임을 맡고 있는데, 한 학급에 장애학생이 9명 이상 되지 않으면 교사를 1명 줄인다는 통보를 받았다. 김씨는 “최근 아내가 아이를 출산했는데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 뭘 해야 할지 참 막막하고 참담하다”고 말했다.
기간제 교사들이 감축되면서 발생하게 되는 수업 공백은 그동안 정규 수업을 하지 않던 진로진학상담교사와 수석교사들이 떠맡게 됐다. 이들이 연일 항의성 촛불시위에 나서는 등 일선 학교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지부(경기학비노조) 이종남 국장은 “기간제법에 따라 주 15시간 이상씩 2년 이상 근무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돌아온 것은 해고다. 재정난을 감안해도 주된 피해자가 비정규직에 쏠린 게 문제”라고 말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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