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교육부가 2017년 11월에 치를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부터 영어를 절대평가하기로 25일 확정하면서 대학입시 대비 및 선발에 중대한 변화가 예상된다. 모든 응시생을 한 줄로 세우는 수능에서 당락에 영향이 큰 영어의 변별력 약화가 분명해서다. 학습부담·사교육 경감 효과 여부 및 대학의 변별력 요구 등 변수가 많아 시행 때까지 뜨거운 논란이 예상된다.
지금은 ‘상위 4%까지 1등급, 11%까지 2등급…’ 식으로 상대적 위치에 따라 1~9등급을 매기고, 표준점수(평균을 반영한 점수)와 백분위(응시자 가운데 위치)를 표기한다. 현행 상대평가 방식은 남보다 점수를 더 따야 하는 무한경쟁 구도 탓에 과잉학습과 사교육을 유발하고, 5지선다형으로 읽기·듣기 문제풀이식 수업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또 변별력 논란에 따른 고난도 출제 경향이 계속돼 불필요한 과잉학습을 초래하는 등의 문제점이 지적돼왔다. 절대평가 전환은 영어부터 이런 ‘성적 줄세우기 과잉경쟁’에서 벗어나게 하자는 취지다. 여론의 지지도 강하다. 중·고교 학부모·교사와 대학 관계자 1만1449명이 참가한 온라인 설문조사(11월24일~12월1일)에서 60%가 절대평가 전환을 지지했다. 복수 정답 등 잇단 수능 출제 오류와 난이도 조절 실패 등이 절대평가 지지 여론을 키웠다.
절대평가 때의 등급 수(9등급 또는 4~5등급), 등급 구분 방식(고정 분할 또는 준거 설정 분할)은 내년 8월 ‘2018학년도 대입 전형 기본사항’ 발표 때까지 정한다. 2017학년도 수능부터 필수과목이 되는 한국사는 ‘절대평가 9등급 고정 분할 방식’(일정 점수 이상은 1등급 등 점수 기준 등급 구분)이다. 9등급으로 할지, 4등급(우수-보통-기초-기초 미달)이나 5등급(A-B-C-D-E 또는 수-우-미-양-가)으로 할지, 아울러 준거 설정 방식(난이도 등을 고려해 준거를 변동)을 적용할지는 미정이다. 일정한 성취 수준에 이르면 등급을 주는 절대평가에는 4~5등급 준거 설정 방식이 더 적절하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등급 수가 적어 변별력이 떨어지고 국어·수학·탐구의 9등급과 기준이 달라져 복잡해진다는 점 등이 약점으로 거론된다.
수능 영어 절대평가 전환에 따른 반발이나 부작용 우려도 상당하다. 대학들이 변별력을 이유로 별도의 대학별 고사를 들고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대학들이 영어논술·영어면접을 치르거나 공인 영어시험 성적 또는 교외 수상 실적 등을 요구하면 절대평가 전환의 효과가 퇴색된다. 교육부는 대학들이 영어논술·면접 등을 도입하면 재정 지원을 제한하고, 학생부 중심 전형을 확산시키는 등의 대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단체인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은 “이런 대책으론 미흡하다”며 “대학별 고사, 어학 특기자 전형을 실질적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영어 줄세우기’식 선발이 어려워진 대학 쪽은 고심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김윤배 성균관대 입학처장(물리학)은 “난이도가 들쭉날쭉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걱정”이라며 “영어 절대평가 모의고사를 여러 차례 봐서 대학들이 예측할 수 있게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등급 수도 4~5등급보다 9등급 쪽을 더 선호한다. 권오현 서울대 입학처장(독어교육)은 “5등급은 변별력이 너무 없다. 그나마 9등급 평가가 현실적이다”라고 말했다.
대입에서 영어의 중요성이 줄면 국어·수학 등으로 사교육이 옮아가는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가 가장 많다. 교육부는 이에 대비해 수능 난이도 안정화, 고교 교육과정 안 출제와 같은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이 때문에 수학·국어 등 다른 과목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등 대학 입시의 큰 틀을 바꾸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영어만 절대평가로 전환해서는 고교 교육 정상화나 사교육 경감에 한계가 있다”며 “모든 과목을 절대평가화하고 문제은행식 출제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교육부는 말하기·듣기·읽기·쓰기를 균형 있게 향상시키는 쪽으로 학교 영어교육을 개선하겠다면서도 관련 대책 추진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영어 사교육을 부추기는 핵심 원인인 외고·자사고(자율형 사립고) 입학 경쟁 관련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이수범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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