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자원봉사가 은퇴 준비가 되나요?

등록 2014-12-29 19:29수정 2014-12-30 00:01

[스마트 상담실]
디지털, ‘일’ 만큼 소통 중요
Q: 회사 상사가 요즘 주말마다 자원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평일 회사 업무도 많은데 주말까지 자원봉사로 바쁜 상사가 이해되지 않네요. 은퇴 후를 준비한다고 하는데 자원봉사도 은퇴 준비가 되나요?

A: 같은 병실에 나란히 두 환자가 입원했습니다. 한 사람은 업무에 시달리다 우울증이 생겼고 다른 사람은 은퇴 후 일이 없어 우울증이 생겼습니다. 일이 너무 많아도, 없어도 스트레스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일하지 않고 소득이 있어야 여가도 있고 음악과 철학 등이 주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초기 기독교도에게 일은 원죄에 대한 벌이었습니다. 고단한 의무로 여겨졌던 일의 의미가 획기적으로 변한 것은 종교개혁이 계기입니다. 성직에 국한되었던 거룩한 직업은 모든 직업으로 확대되었습니다. 개인의 직업은 하나님이 주신 소명이며 그것을 통해 세상에 가치 있는 일을 할 기회가 부여된다고 여겨졌습니다.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일을 통해 돈을 버는 것뿐 아니라 소통하고 관계를 맺어 사회 속의 자신을 규정합니다. “무슨 일을 하세요?”라는 질문은 사회관계망에서 서로를 정의하기 위한 첫번째 질문입니다.

200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지니고 사는 게 많지 않았지만 그에 얽힌 사연이 풍부했습니다. 호미는 개울 건너 버드나무집 둘째 아들이 만든 것인데 잘 쓰고 있다든지, 싸리집 장 서방이 만든 장은 문짝 아귀가 잘 맞는다든지 하는 식이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클릭 한번으로 구매되는 요즘의 물건에는 이런 사연이 없습니다. 물건이 누구의 손에 의해 어떻게 전달되어 내 손까지 들어왔는지 아기자기한 이야기가 없습니다. 물건을 사고팔며 따라붙던 소소한 소통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일을 통해 대면하고 소통할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게다가 은퇴한 뒤에는 일을 통한 소통의 기회가 아예 없어져 버리기 쉽습니다. 평균수명이 연장되면서 은퇴 후에 길게는 30년 이상 일 없이 살게 됩니다. 일을 통해서만 소통한다면 은퇴 뒤의 고립감은 견디기 힘들 것입니다.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일이 주된 소통의 창구이며 일을 통해 사회 속의 자기를 정의한다는 고정관념은 인간을 점점 더 소외시킵니다.

미국의 한 비영리조직은 50살 이상 은퇴자와 같은 동네에 사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을 짝을 맺어주어 어른들이 아이들의 학업과 학교 적응을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컬럼비아대학의 린다 프리드는 이 프로그램이 아이들의 학업 성취와 학교 적응을 도울 뿐 아니라 은퇴자들의 정신·육체 건강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아이들을 도운 은퇴자들은 생활에 더 많은 활력을 얻었고 기억력이 좋아졌습니다. 남을 도우며 치매 예방 효과까지 얻은 것입니다.

신동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
신동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
앨빈 토플러는 경제적 수치만으로 부를 평가하는 사회는 머지않아 수명을 다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자원봉사, 희생, 봉사, 스스로 생산해 소비하는 행위 등 보이지 않는 부가 미래의 경제적 가치입니다. 무엇을 하며 돈을 버느냐는 질문은 과거의 질문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세상과 소통하고 관계를 맺고 즐거움을 찾느냐는 질문이 더 적절하겠지요.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제가 나이 들어 듣고 싶은 질문입니다.

신동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