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미래학자들이 미래의 방향성과 관련하여 강조하는 3가지 이슈가 있다. 첫번째는 ‘기계화의 중요성’이다. 사실 이 이슈는 미래 유망 직업을 점쳐보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왜냐하면 수많은 직업들이 컴퓨터와 자동화된 기계들 때문에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 이슈는 ‘이미지의 중요성’이다. 이미지는 언어 표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수단이다. 이미지와 관련된 대표적 직업으로는 화가, 사진가, 디자이너 등이 있다. 실제 디자인 산업 규모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디자이너와 관련된 직업도 북아트디자이너, 보석디자이너, 패션디자이너, 가방디자이너, 제품디자이너 등으로 세분화되고 있다. 세번째 이슈는 ‘스토리의 중요성’이다. 스토리와 관련한 직업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대표적인 직업으로 작가가 있다. 최근 스토리는 영화와 같은 영상물뿐 아니라 전시, 마케팅, 수학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앞서 제시한 3가지 이슈(기계화, 이미지, 스토리)와 가장 관련성이 높은 산업은 바로 영화산업일 것이다. 영화는 이 3가지 분야를 가장 잘 접목한 장르다. 영화는 글로 표현할 수 없는 미래사회의 모습을 이미지로 표현한다. 이때 컴퓨터그래픽(CG)이 매우 중요한데 비교적 최근에 나온 <인터스텔라>(2014), <트랜센던스>(2014), <그래비티>(2013), <인셉션>(2010), <아바타>(2009) 등의 영화뿐 아니라 <트랜스포머> 시리즈(2007), <해리 포터> 시리즈(2001), <반지의 제왕> 시리즈(2001)와 같은 과거 흥행작들 역시 컴퓨터그래픽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다면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영화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수많은 정보를 얻게 해주는, 재미있고 유익한 도구이다. 영화 속엔 수많은 직업정보가 있으며 그 안에는 미래사회의 진로정보도 있다. 영화는 진로탐색을 할 때 좋은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영화라는 매체가 가진 한계나 문제점도 있다. 그렇다면 영화를 통해 진로탐색을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은 무엇일까?
첫째, 영화는 본질적으로 허구성을 띨 수밖에 없다. 관객의 흥미를 끌기 위해서 화면과 스토리를 과장하여 묘사한 허구적인 창작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화는 실제 인물이나 사건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와는 다르다. 다시 말해 실상이 아닌 허상이나 환상이 개입될 여지가 많다. 예를 들어, 영화 <인 디 에어>(2010)에서 주인공은 해고전문가로 나오지만, 실제 이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은 없다. 상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현실에 이 직업이 존재하긴 어려울 것이다. 둘째, 영화는 평범한 일상보다는 일상의 극적인 측면만을 부각시켜 보여준다. 예를 들어 위급한 화재, 대수술, 특종 사건과 같은 이례적이고 특수한 상황에만 초점을 맞추기 쉽다. 영화 <공공의 적1>(2002)에서 주인공 경찰관은 혈혈단신으로 강력범에게 맞서지만 실제 경찰들은 그렇지 않다. 실제 경찰들은 내부 절차를 준수하고 주변 사람들과 협력해 문제를 해결한다. <타워링>(1974)이나 한국 영화 <타워>(2012)에 등장하는 소방관들은 화재 현장에서 위험에 처한 동료를 구하기 위해 상관의 명령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행동한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행동은 오히려 동료를 더욱 위험에 빠지게 하는 행동이 될 수 있다. 이렇듯 영화는 현실적으로 잘 일어나지 않는 사건이나 상황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객관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그렇다면 영화를 통해 진로탐색을 하고자 할 때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필자는 무엇보다도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를 주로 참고하라고 권하고 싶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의 경우 비교적 사실성이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영화를 감상한 뒤 다른 사람들과의 토론을 통해 다양한 시각을 만나보는 것도 좋다. 영화 속에 현실보다는 이상이나 환상에 대한 표현과 메시지가 더 많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은 작품들이야말로 진로찾기에 적합한 영화가 될 것이다.
김상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직업진로자격연구실 연구원·<유망직업백과>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