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법적근거 없이 거둬”
국립대학교 기성회가 학생들에게 불법으로 거둬들인 기성회비 수십억원을 돌려주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부(재판장 안승호)는 경북대·대구교대·부산대·부산교대·부경대 재학생과 졸업생 4851명이 각 학교 기성회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 반환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각 학교 기성회는 총 90억7928만원을 반환하라”고 했다. 1인당 평균 187만원씩이다.
기성회비는 대학이 운영자금에 보탠다는 명목으로 거둬온 돈이다. 학생들은 등록금 고지서에 수업료·입학금과 함께 기재된 기성회비를 어쩔 수 없이 납부해왔다. 사립대들은 2000년대 초 기성회비를 폐지했지만, 국립대는 계속 거둬왔다.
재판부는 “수업료나 입학금과 달리 기성회비는 고등교육법상 납부해야 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기성회에 학부모 등이 별도로 가입한 경우에만 납부할 의무가 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등록금 고지서에 기성회비가 기재돼 있어 수업료나 입학금만 따로 납부할 수 없다고 이해될 수밖에 없고, 학생들은 기성회비를 납부하지 않으면 교육받을 기회를 박탈당하지 않을까 우려해 부득이하게 납부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학생은 기성회비를 포함한 등록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명시한 경북대·대구교대·부산대 학칙은 법률을 위반해 효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 법원은 지난해 11월 서울대 등 13개 국립대 재학생과 졸업생 4500여명이 낸 기성회비 반환 소송에서도 86억여원을 돌려주라고 판결한 바 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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