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 중구 ‘스페이스 노아’에서 열린 디자인 시범교육에서 학생들이 버스정류장 모형을 만들고 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디자인 시범교육’
쓱싹쓱싹 스티로폼을 잘라 벽을 세우고, 꼼지락꼼지락 골판지를 접어서 지붕을 만들어 올린다. 바닥에 주저앉아 뚝딱뚝딱 기본 틀을 만들고 아크릴 물감으로 색칠도 한다. 한 시간 뒤 말풍선, 한옥, 감귤, 버스 등 각양각색의 모형이 완성됐다.
지난 3일 서울 중구 ‘스페이스 노아’에 모인 18명의 고등학생들은 삼삼오오 둘러앉아 직접 디자인한 버스정류장 모형을 만들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지난해 학교에서 디자인 분야 수업을 하는 예술 강사를 위한 학습지도안 개발 사업을 진행했다. 이날 수업은 이 사업을 통해 개발한 지도안 커리큘럼에 따라 시범수업 차원에서 이뤄졌다.
수업 주제인 ‘오아시스 같은 버스정류장’은 사막 같은 도시에서 오랫동안 편히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정류장을 탈바꿈해보자는 뜻이다. 학생들이 실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버스정류장을 직접 디자인해 보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 프로그램의 특징은 공공장소의 여러 시설이나 설치물을 더 합리적으로 꾸미는 ‘공공디자인’의 요소를 더한 버스정류장을 만드는 데 있었다. 단순히 재밌고 예쁜 버스정류장이 아니라 지역의 특성을 살리거나 메시지를 담은 정류장을 디자인하기 위해 학생들은 먼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 위주로 정류장을 사전 탐방했다. 시민을 만나 불편한 점을 묻고, 시설이나 주변 환경을 고려해 디자인 시안을 그렸다.
모둠별로 완성한 정류장은 하나하나 특색이 있었다. 외국인이 많이 다니는 공항이나 관광지에는 한옥 모양 정류장을, 제주도에는 특산품인 감귤을 본떠 돔 모양의 정류장을, 도심에는 시민 휴식공간인 친환경 정류장을 설치하자는 등 아이디어가 나왔다. 버스 내부에는 버스카드나 휴대전화 충전기, 지폐교환기나 임시사물함을 설치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홈스쿨러 김현수군은 “‘소통’을 콘셉트로 한 정류장이 인상적이었다”며 “말풍선을 형상화한 외관도 독특하고 내부에 우편함을 설치하거나 전화기 모양의 의자를 놓는 등 사람들이 정류장에서 스마트폰만 쳐다보는 적막함을 깨보자는 의미도 좋았다”고 말했다. 김군은 디자인 분야에 호기심이 있어 이 수업에 참가했다.
“이 수업을 통해 공공디자인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 외관상 보기 좋다고 해서 좋은 디자인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쓰임’에 주목한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을 이끈 손현준 예술강사는 “디자인 문화예술교육은 실제 디자이너를 기르는 게 목적이 아니라 사고의 전환을 통해 색다른 것을 만들어낸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익숙한 것도 낯설게, 다르게 보고 사고를 뒤집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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