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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일상 문제 해법찾으며 공부 이상의 가치 배웠어요”

등록 2015-02-16 19:58수정 2015-02-17 11:09

지난 1월24일 서울 강남구 동그라미재단 모두의 홀에서 열린 2기 ‘ㄱ찾기 프로젝트’ 결과 공유회에서 ‘에어’의 이찬희군이 이야기하고 있다. 동그라미재단 제공
지난 1월24일 서울 강남구 동그라미재단 모두의 홀에서 열린 2기 ‘ㄱ찾기 프로젝트’ 결과 공유회에서 ‘에어’의 이찬희군이 이야기하고 있다. 동그라미재단 제공
‘ㄱ찾기 프로젝트’ 결과 공유회
자유학기제로 진로교육 중요해져
청소년에게 기업가정신 알리고
활동 지원하는 사업도 늘어나
‘위안부 인식개선 활동’부터
‘학내 도로 개선 작업’ 등
주변 문제 관심 보이며 진로 모색도
이찬희(한국디지털미디어고 2)군은 앞으로 정보기술(IT) 분야의 전망이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보기술 특성화고에 진학했다. 학교에서는 이미 만들어진 내용대로 컴퓨터에 숫자를 입력하고 결과물을 출력하는 방식의 수업이 많았다. 어느 날 이군은, 정보기술을 익히는 것뿐 아니라 인문적 소양과 기획 능력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렇게 융합적 사고를 하면서 프로그래밍 능력을 키우면 사회적으로 좀 더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이군과 함께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해 실제 의미있는 일을 해보자는 데 뜻을 모은 친구들은 ‘에어’라는 동아리를 만들었다.

“우리의 아이디어를 기술로 구현하자니 기술에 대한 한계가 느껴졌다. 우리가 필요로 했던 프로그래밍 언어는 3학년 때나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무작정 정보기술업계 종사자들이 많은 경기 판교테크노밸리를 찾아갔다. 길거리나 치킨집을 돌아다니며 정보기술업계 종사자들을 만나고 다녔다. 신기하게도 다짜고짜 붙잡고 아무거나 물어봐도 다 알려주셨다.(웃음)” 이군의 말이다.

이들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질소만 가득 채워져 있고 과자 양은 적은 ‘질소 과자’ 문제를 지적하기로 했다. 그리고 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원받을 곳을 찾다 동그라미재단(이하 재단)의 ‘ㄱ찾기 프로젝트 사업’(이하 사업)을 알게 됐다.

자유학기제 도입과 함께 진로·직업교육이 중요해지면서 학교 안팎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기업가정신 교육을 하는 곳이 늘고 있다. 대부분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이나 소셜벤처 형태로 운영되다 보니 재정적인 면에서 어려움이 있어 이들 단체를 지원하는 사업도 나오고 있다.

지난 1월2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재단 모두의 홀에서 2기 ‘ㄱ찾기 프로젝트 사업’ 결과 공유회가 열렸다. 이 사업에서는 청소년의 ‘가능성’, ‘기회’, ‘기업가정신’ 그리고 ‘꿈을 찾는다’는 취지로 청소년들에게 기업가정신 교육을 하는 기관이나 단체를 지원하고 있다. 사업명에 들어가는 ‘ㄱ’은 사업의 취지를 설명해주는 각 단어의 공통 초성에서 따온 것이다.

재단의 김영광 주임은 “우리가 이야기하는 기업가는 단순히 경영인을 뜻하는 ‘기업가’(企業家)가 아닌 ‘업(業)을 세운다’는 의미의 ‘기업가’(起業家)”라며 “즉, 단순한 창업이 아닌 새로운 가치와 사회적 의미를 담은 가치 창조 활동과 태도를 포함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2기 사업은 학교 안팎에서 다양하게 이루어지는 12개 단체의 프로젝트를 선정했다. 이날 각 단체는 지난 6개월 동안의 활동 내용을 발표하고 공유했다.

에어 팀원들은 ‘응답하라 1992’라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인식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프로그래밍으로 온라인 서명 툴을 만들었다. 사람들이 기본적인 이름과 주소만 입력하면 학생들이 이를 모아 외교부나 일본 외무성에 보내는 식이었다. 서명지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국내 인식 개선과 강경 대응책 등을 법안으로 만들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평소 공황장애로 사람 만나는 것을 두려워했던 이군은 에어 활동을 하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동아리에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며 팀원들끼리 믿고 협력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또 팀원들끼리 프로그래밍 언어를 서로 알려주려면 각자 공부도 많이 해야 했다. 덕분에 모르는 사람에게 다가가 물어보는 ‘깡’도 생겼다. 전망이 좋다는 부모님 말만 듣고 아이티 특성화고를 선택했는데 지금은 내 소신껏 진로도 찾게 됐다.”

또 다른 참여팀인 ‘어썸스쿨’(기가 막힌 학교)은 스무살부터 마흔살까지의 청년 강사들이 모여 기업가정신 교육을 한다. 어썸스쿨은 짧게는 하루부터 길게는 일년 단위로 열린다. 지난해에는 경기 안산 경안고를 비롯해 수도권 6개 학교 및 기관에서 진행됐다.

어썸스쿨 이지섭 이사는 “‘사람을 가장 사랍답게’라는 게 우리의 모토다. 학생들 스스로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왜 공부해야 하고, 자신의 가능성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획일화된 교육의 틀 속에 자신을 끼워 맞추는 게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통해 각자의 재능과 가능성을 계발해주자는 뜻이다.

학생들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 ‘두런두런 학교변화 프로젝트’(기업가정신 실천 프로그램)를 통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본인의 주변생활 속 불편함이나 호기심을 끌어내 스스로 해결하는 방식이다. 실제 외국인들이 왜 한국을 방문하는지 궁금한 학생들은 직접 서울 명동에 나가 외국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등하굣길에 학교에서 교사들의 차량과 걸어서 오가는 학생들이 뒤섞여 위험하다고 생각한 학생들도 있었다. 이들은 학내 도로에 인도와 차도 구분이 없다는 문제를 찾아내 직접 페인트를 사다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는 선을 긋고 곳곳에 횡단보도까지 그렸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 고교생은 “이전까지는 공부 외에 다른 활동은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어썸스쿨이 그 틀을 깨게 해줬다”며 “지금은 내가 어떤 가치를 실현하며 살아갈지 고민해야 할 때라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이 이사는 “청년 강사의 역할은 아이들이 계속 떠들 수 있게 질문을 던지고, 뭔가 도전하려고 할 때 끊임없이 응원하고 격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기 사업 지원을 받았던 일부 단체는 현직 교사를 대상으로 직무연수도 진행했다. 재단이 주관했던 자유학기제 대비 ‘행동으로 배우는 기업가정신 교육’을 주제로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3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학교 현장에서 실제 시도해볼 만한 기업가정신 교육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이번 결과 공유회에 참여한 2기 ’ㄱ찾기 프로젝트’ 팀의 결과물 등은 모두 재단 누리집(thecircle.or.kr)에서 받아볼 수 있다.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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