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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대학 상업시설 입점에…‘학생복지’ 생협들 벼랑

등록 2015-02-16 20:38수정 2015-02-16 20:38

새 건물 기부받는 대가로
20~30년 임대권 내주는 대학 늘어
매출 타격…세종대 생협은 문닫아
“25년간 상업시설 무상 운영권을 따냈다. 도서관 기부는 남는 장사이자 투자가 됐다.”

서울대의 새 중앙도서관 ‘관정관’ 준공식이 열린 지난 5일, 서울대생 8명이 중앙도서관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준공식에는 성낙인 총장과 중앙도서관 신축기금 600억원을 기부한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의 이종환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학생들은 “관정관에 들어서는 상업시설 수익금은 관정교육재단에서 가져간다. 기부채납을 빙자한 임대업”이라고 비판했다.

관정관 지하에는 롯데리아, 파리바게뜨, 할리스커피, 편의점 씨유(CU) 등 그동안 대학 안에 없던 상업시설이 대거 입점하게 된다. 학내 여론은 분분하다.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기부를 받으려면 어쩔 수 없다”는 의견과 “대학의 상업화”라며 반대하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오는 26일엔 세종대 생활협동조합(생협)이 도서관 사물함 보증금 반환을 끝으로 14년간 이어온 생협 사업을 중단한다. 지난 5년간 2억원가량의 누적 적자를 기록한 세종대 생협은 “앞으로 기숙사와 새날관(연구동)이 완공되면 생협과 무관한 여러 상업시설들이 입점할 예정이다. 생협의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사업 중단을 알렸다. 1990년 조선대 생협을 시작으로 전국 34개 대학에 생협이 설립돼 운영중인데, 사업을 중단한 건 세종대 생협이 처음이다.

세종대 생협의 사례가 ‘대학의 상업화’라는 ‘오래된 미래’가 완성 단계에 이르렀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학 생협은 이른바 ‘자본의 논리’로 해결되지 않는 학생들의 복지와 생활 지원을 해왔다. 학생 복지시설 등이 취약한 지방 캠퍼스에선 생협이 적자를 감수하며 필요한 매장을 운영해 이를 보완한다. 매장 아르바이트는 조합원인 대학 구성원을 우선 선발하고 시급 역시 적절한 수준을 보장한다.

생협 수익의 일부는 장학금으로 다시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학생식당 역시 기업체가 운영하는 식당보다 저렴한 편이다. 학생식당에 1700원짜리 메뉴가 있는 서울대 생협은 매점이나 학교 기념품 판매, 임대수입 등을 통해 식당 운영 적자를 메운다. 권종탁 한국대학생활협동조합연합회 사무국장은 “이익만 따지는 기업과 달리 비영리인 대학 생협은 위생과 품질을 우선하면서도 저렴한 비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대학 쪽은 수익에 더 관심을 갖게 마련이다. 고려대나 이화여대, 서울대처럼 새 건물을 기부받는 대가로 20~30년짜리 장기 임대권을 내주는 학교들이 늘고 있다. 이와 반대로 대학 생협의 조합원 가입률은 10년 사이에 반토막이 났다. 전국 대학 생협의 조합원 가입률은 2004년 33.8%에서 2013년 16.6%로 줄었다. 조만간 세종대 생협의 전철을 밟을 대학 생협들이 적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외국의 경우 대학 생협들은 학생 복지의 큰 축으로 발전했다. 한국대학생협연합회 자료를 보면, 일본의 대학 생협은 서적이나 교재, 문구, 식품 공동구매부터 식당 운영, 테마여행, 학생 공제 등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대학협동조합은 주거비가 부담스러운 학생들에게 주택을 싼값에 임대하는 사업까지 한다. 외부 상업시설들의 ‘장기 침투’로 생존마저 위태로운 국내 사정과는 딴판이다.

이규선 서울대 생협 식품서비스본부장은 “기존 편의시설 이용자의 20%가 새로 입점하는 관정관 내 상업시설로 이동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25억~27억원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고 했다.

박기용 이재욱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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