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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중앙대, 신입생 단과대별 모집…교수들 “학문 황폐화” 반발

등록 2015-02-26 19:59수정 2015-02-26 21:55

김누리 대학구조조정에 대한 교수 대표 비상대책위원회 회장이 26일 교수,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밀실 개편이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김누리 대학구조조정에 대한 교수 대표 비상대책위원회 회장이 26일 교수,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밀실 개편이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내년부터 신입생 학과별 모집 폐지
3학년 때 성적순으로 전공 선택
인문학·기초학문 고사 우려
중앙대가 내년부터 신입생의 학과별 모집을 폐지하고 단과대별로 선발한 뒤 3학년 때 전공을 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을 26일 발표했다.

중앙대는 학생의 전공선택권 강화와 융·복합 학문 기반 조성을 이유로 들었지만, 교수들은 “일방적 구조조정”이라며 집단 반발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두산그룹이 인수한 뒤 ‘기업식 구조조정’ 논란을 반복해 온 중앙대의 이번 조처가 인문학과 기초학문 관련 학과들을 고사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앙대의 개편안을 보면, 내년 입학정원 4475명을 인문대·사회과학대·경영경제대 등 12개 단과대학 단위로 모집하게 된다. 인문대의 경우 국문과 40명, 영문과 100명 등 학과별 모집정원을 두고 선발하던 방식에서, 인문대 신입생 365명을 학과 구분 없이 ‘광역 모집’한 뒤 3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게 하는 식이다.

전공 선택은 성적순으로 하게 된다. 대학 쪽은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 이중전공·복수전공을 활성화하겠다고 했다. 취업이 어려운 인문학이나 자연과학 쪽 일부 전공은 선택을 받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대학 쪽은 “4학년 때도 6학점 이상의 교양과목을 듣게 하는 등 교양교육을 강화하기 때문에 오히려 인문교육은 활성화된다. 시뮬레이션 결과, 사라지는 학과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중앙대는 “정부 중장기인력수급 전망을 보면 공학계열은 27만7000명이 부족하고, 인문사회계열과 자연계열은 각각 6만1000명, 13만4000명이 과다 공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개편이 어떤 배경에서 시작됐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앙대가 26일 낮 서울 동작구 중앙대 서울캠퍼스에서 2016학년도부터 학과제를 폐지하고 단과대학별로 신입생을 모집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중앙대가 26일 낮 서울 동작구 중앙대 서울캠퍼스에서 2016학년도부터 학과제를 폐지하고 단과대학별로 신입생을 모집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2008년 두산그룹이 인수한 중앙대는 박용성 이사장(두산중공업 회장)이 “대학은 사회가 원하는 학문을 가르쳐야 한다”고 밝힌 뒤, 2011년 18개 단과대 77개 학과를 10개 단과대 47개 학과로 통폐합한 바 있다.

교수들은 이날 오전에야 대학본부로부터 학사구조 개편 계획을 전해 듣고는 반발했다. 긴급 교수회의에 참석한 420명 가운데 87.6%가 ‘개편안 재논의’ 요구에 의견을 모았다. ‘대학 구조조정에 대한 교수 대표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김누리 교수(독어독문학과)는 “학문세계의 황폐화 등 대학이 정상적 기능을 할 수 있느냐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고 비판했다.

교육 전문가들도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교육정치학회 회장인 반상진 전북대 교수(교육학)는 “대학이 배출하는 인력과 기업 수요의 불일치를 개편 이유로 들고 있는데, 미래 주력 산업이 정보통신기술(IT) 산업으로 갈 것인지 제조업 중심으로 갈 것인지 예측도 어렵고 비전도 없는 상황이다.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는데, 이런 방식으로는 취업률 제고도 힘들다”고 했다. 반 교수는 “대학이 교육·연구 기능을 포기하고 취업 중심의 인력 양성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문간 융·복합을 한다며 단과대라는 모집단위를 고수한 것은 1990년대 중후반 도입된 학부제와 다를 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학교육연구소 소장인 박거용 상명대 교수는 “학생들의 선택으로 융·복합 전공을 만들겠다는 것이 가능한 얘기인가. 기업식 조직 개편 방식을 대학에 무조건 대입하려는 발상으로 보인다”고 했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중앙대는 인문학이나 기초학문의 위기 현상에 편승한다기보다는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고 했다.

박기용 진명선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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