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서호중학교 2학년 4반 교실에서 창의체험활동시간 협력교사로 나선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공부란 무엇인가’에 대해 학생들과 토론하고 있다. 이 교육감은 “공부는 책상에 앉아 얕은 부분만 보는 게 아니라 더 멀리 보는 것”이고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라며 한 학생을 책상 위에 올라가게 했다. 경기도교육청 제공
‘협력교사’로 중학교서 수업
“훌륭한 답변입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요.”
4일 오후 1시30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서호중학교 2학년 4반 교실에서 ‘협력교사’로 교단에 선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호기심 많은 ‘중2’ 학생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변하며 대화식 수업을 진행했다. 이날 수업은 창의체험활동의 일환으로, 지난해 교장·교감도 수업에 참여하도록 제도화하겠다고 밝힌 이 교육감이 새 학기 들어 직접 정규 수업 교사를 희망해 이뤄졌다.
이 교육감은 학생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인사를 나눴다. 그는 학생들에게 “고민하고 어려워하는 것이 무엇이며 무엇을 희망하는지 직접 듣고 싶었다. 여러분들을 위한 학교, 교육청, 교사로 새롭게 해보자는 뜻에서 왔다”고 말했다.
수업은 이 교육감이 3일 동안 직접 만들었다는 15장 분량의 피피티(PPT) 자료를 펼치면서 시작됐다. 화면에는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주제문과 함께 ‘중2병이란 무엇인가’ ‘관점의 차이와 다양한 관점의 중요성’ ‘공부란 무엇인가’ 등의 소주제 아래 다양한 도면과 그림 자료가 나왔다.
작은 삼각형 30여개가 무질서하게 나열된 도면을 보여주며 이 교육감은 “삼각형이 어디를 향하죠?”라고 물었다. 학생들은 앞다퉈 손을 들고 “동서남북으로요” “아래로요”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요”라고 답했다. 이 교육감은 “공부는 책상에 앉아 얕은 부분만 보는 게 아니라 더 멀리 보고, 깊고 높게 볼 수 있는 것을 만드는 일이다. 고정관념과 나만의 관점, 나만의 틀을 망치로 깨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업은 4·16 세월호 희생 학생들을 위한 묵념으로 끝났다. 수업 전에는 “교육감 얼굴을 본 적 없다”며 다소 긴장했던 학생들도 “또 와 달라”며 아쉬워했다. 이 교육감은 “학생들이 건강하다는 것을 느꼈고 오히려 내가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선 학교 교장들의 반응은 썰렁하다. 지난해 교육부 조사에서 경기도 내 교장 2100여명 가운데 수업이나 특강에 참여하고 있는 교장은 6.3%인 142명에 그쳤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새 학기에도 이 수치는 크게 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가능하면 매주 한 차례 수업에 나서겠다. 일선 학교의 교장·교감 선생님들도 학교 변화를 위해 나서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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