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랭섬홀 아시아(BHA) 홈페이지 캡처.
“제주 국제학교 이익금 배당 허용” 입법예고
도교육청 “귀족학교 양산, 공교육 붕괴” 반대
다른 지역 확대땐 ‘교육 시장화’ 가속화 우려
도교육청 “귀족학교 양산, 공교육 붕괴” 반대
다른 지역 확대땐 ‘교육 시장화’ 가속화 우려
정부가 제주영어교육도시 내 국제학교의 ‘과실송금’(투자자에게 이익잉여금 배당)을 허용하는 내용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교육 영리화’ 논란이 일고 있다. 학교를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켜 교육의 공공성을 허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제주도교육청은 공식 반대 의견을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제주국제학교의 이익잉여금 배당을 허용하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법) 일부개정안을 마련해 10일부터 40일 동안 입법예고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제주특별법에 따라 제주영어교육도시에 설립된 제주국제학교의 학교회계에서 법인회계로 전출을 허용해 결산상 잉여금 배당이 가능하도록 했다. 수업료 등 학교 운영을 통해 발생한 수익이 외부로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을 터준 것이다.
국토부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외국 우수 학교의 제주 유치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 제주에는 노스 런던 컬리지잇 스쿨 제주(NLCS Jeju), 브랭섬홀 아시아(BHA), 한국국제학교(KIS) 등 3개의 국제학교(유치원~고3 과정)가 있다. 연간 학비가 4000만원 안팎에 이르러 ‘귀족학교’라는 비판도 받아왔다. 특히 제주특별법은 비영리 학교법인뿐만 아니라 국내외의 영리법인도 국제학교를 세울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업의 투자를 받아 학교를 설립할 수도 있는 셈이다.
정부는 그동안 ‘투자활성화 대책’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 등의 명분을 내세워 국제학교의 과실송금 허용을 여러 차례 추진해 왔으나, 입법예고까지 한 것은 처음이다.
제주도교육청은 이날 즉각 보도자료를 내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도교육청은 “이익잉여금 배당 허용은 외국 유학 수요의 국내 흡수를 통한 국부 유출 방지라는 애초 제주영어교육도시 설립의 목적과 정면 배치된다. 교육 현장에 시장원리가 적용돼 공교육 체계의 붕괴와 교육주권 약화, 일부 부유층 자녀만을 위한 학교의 확산 등 교육의 본질과 근간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제학교의 과실송금이 허용되면 수업료가 급등하고, 인천 송도 등 전국 경제자유구역의 외국교육기관으로 급속하게 확대되는 등 교육의 시장화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경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 사무처장은 “외국법인의 국제학교 과실송금이 허용되면 다른 지방의 경제자유구역으로도 확산될 것이 뻔하고 국내 사립학교도 형평성을 들어 이 제도의 도입을 요구할 것이다. 결국 학교를 이윤 추구의 장으로 만들어 공교육 체제의 붕괴를 가져올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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