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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교육부, 교과서 수정명령 적법” 판결 후폭풍…집필진 “정권에 교과서 뜯어고칠 길 열어” 반발

등록 2015-04-03 19:34수정 2015-04-03 20:43

주말에 모여 항소 여부 등 논의키로
학계·시민단체 “역사교육 중립성 훼손”
검정 심사를 통과한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내용을 수정하라고 명령한 교육부 처분이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의 후폭풍이 거세다. 교과서 집필자들이 “자율성·전문성을 침해했다”며 반발하고, 역사학계와 시민단체 등은 “역사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위험해졌다”며 우려와 비판을 쏟아냈다. 교과서 집필자들은 이르면 주말께 모여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인데, 항소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경란)가 교육부의 교과서 내용 수정 요구는 ‘청소년 교육에 바람직하며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을 두고, ㈜미래엔 교과서의 대표 저자인 한철호 동국대 교수(역사교육)는 3일 “정권 입맛에 맞게 교과서를 얼마든지 뜯어고칠 수 있는 길을 열어줘 검정제에 조종을 울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판결을 두고 역사 교과서 발행 제도를 ‘국정’에서 ‘검정’으로 바꾼 배경과 취지를 외면했다는 비판이 많은 이유다. 실제 교과서 발행 제도는 국가가 특정 관점을 강요할 수 있는 국정 교과서 제도의 위험 탓에, 교사·학생·학부모·정부·교육청 등 교육 이해당사자가 견제와 균형 아래 검증하도록 ‘교과서 검정·인정제’로 진화해왔다.

역사 교과서의 이념 편향, 친일·독재 미화 논란을 두고 지금껏 교과서 수정 절차의 잘잘못을 판단한 대법원 판결이 있을 뿐, 교과서 내용의 적절성 여부를 직접 판단한 법원 판결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이번 소송의 발단인 교육부가 수정을 요구한 교과서 내용은 ‘특정 세력의 관점을 강제한다’는 등 반론과 논란이 뜨거웠던 사안이다. 예컨대 1987년 서울대생 박종철씨 고문치사 사건을 소개한 교과서의 소제목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다니!”는 당시 정부의 최초 발표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것인데, 재판부는 “교과서의 품위와 품격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봤다. 한철호 교수는 “여러 관점을 두고 논의했고 검정 심사도 통과한 내용인데, 이를 재판부가 적절하다, 아니다라고 판단하는 게 과연 온당한가”라고 되물었다.

이번 ‘교육부의 교과서 수정명령 취소 소송’의 원고 쪽인 집필진 공동대표 주진오 상명대 교수 등 교과서 6종 집필자들은 ‘주말에라도 모여 판결문을 검토하자’며 곧바로 대응에 나섰고, 이번 판결이 최종 확정되면 역사 교육에 끼칠 악영향이 심대하다는 이유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확산되는 분위기로 알려졌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성명을 내어 “이번 판결은 헌법에서 정한 교육의 전문성, 자주성 및 정치적 중립성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이수범 서영지 기자 kjls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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