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1945, 희망 2045] 다시, 교육부터
역대 교육기구 논의들
역대 교육기구 논의들
경기교육청, 2012년 “합의제 행정기관”
초정권적이고 초당적인 교육 관련 사회적 합의 기구가 논의돼온 과정을 살펴보면 몇가지 특징이 엿보인다. 우선 정권교체 이후 ‘교육개혁’을 빌미로 ‘졸속 개정’의 바람이 불어닥칠 때, 교육계의 저항과 함께 사회적 합의 기구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 진보 정부 때 보수 진영에서, 보수 정부 때 진보 진영에서 지속 가능한 교육정책을 위한 합의 기구 설립 요구가 거셌다. 특히 차기 대선을 앞두고 사회적 합의 기구 논의가 크게 일다가, 진보든 보수든 일단 정권을 잡고 난 이후에는 정부 주도로 가시적인 성과를 추구하는 경향을 보였다.
보수 성향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2001년 12월 정책연구집 ‘교육의 자주성 보장을 위한 초정권적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운영 방안’을 내놓으며 국가교육위원회 논의의 물꼬를 텄다. 교총은 김대중 정부 시절 추진된 무시험 대학입학제도, 교원 정년 단축 등을 ‘혼란만 가중시킨 무책임한 정책’으로 평가했다.
이를 근거로 국가 교육정책의 심의·평가 권한과 기능을 갖는 가칭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운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치적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교육정책이 수립·시행될 수 있도록 새로운 교육정책 기구를 법제화해야 하고, 이를 위해 가칭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는 것을 뼈대로 했다. 교총은 “대통령이 교육계, 학부모 단체, 시민단체의 추천을 받은 전문가를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으로 임명하되, 정당 가입이나 정치 관여를 금지하고, 정권교체와 관계없이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적 교육단체들은 이명박 정부 발족 이후 시장경쟁과 효율을 중시하는 교육정책이 대거 추진되면서, 본격적으로 사회적 합의 기구 설립을 촉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2009 교육과정’ 개정 작업이 한창이던 2009년 9월 “교육과정을 둘러싼 첨예한 이해다툼과 교육부 독점적인 교육과정 개발 과정을 극복하지 못했다”며 대안으로 사회적 교육과정 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경기도교육청은 김상곤 교육감 시절인 2012년 하반기부터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을 추진했다. 경기도교육청은 교육과학기술부의 정부재정지원제한 대학 발표 등을 교육 자율성 침해 사례로 언급하면서, 대안으로 ‘국가교육위원회’ 구상을 본격화했다. 당시 경기도교육청은 ‘합의제 행정기관’의 위상을 갖는 위원회를 제안했다. 이 위원회는 국가 수준의 교육정책 수립·평가 및 교육부나 대통령이 부의한 주요 정책을 심의하도록 했다. 교과부 장관이 위원회의 심의·의결 결과와 다르게 교육정책을 시행할 땐 이를 위원회에 서면으로 보고하고 동의를 얻는 ‘재심의 과정’을 거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2012년 10월 국회에서는 민주통합당 발의로 실제 ‘국가교육위원회 설립 법안’이 발의됐으나 법안 소위에서 논의되진 못했다. 이 법안에서는 국가 교육정책 수립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고, 15명의 위원 중 위원장 1명은 인사청문을 거쳐 임명하도록 했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교육 공약 맨 첫째 줄에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올려놨다. 문 후보는 “교육정책을 둘러싼 이념 대립과 갈등의 피해자는 학생과 학부모”라며 “정권과 정파를 초월한 국가교육위원회를 구성해 국민적 합의를 토대로 백년지대계의 교육정책을 수립하겠다”고 약속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후보 시절 캠프 차원에서 교육정책의 큰 방향을 결정하는 독립기구인 ‘국가미래교육위원회’ 신설을 언급했으나, 공약집에 포함되지는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취임 이후 교육 현안이 많아 큰 그림까지 검토할 여유는 없었다”며 국가미래교육위원회는 아직 ‘아이디어’ 수준이라고 전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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