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만덕고 학생·학부모·교사 3가지 주제 토론회
‘등교땐 교복·휴대전화는 수거’
투표로 결론낸뒤 학칙 반영키로
‘등교땐 교복·휴대전화는 수거’
투표로 결론낸뒤 학칙 반영키로
“아직 학생들은 스스로 휴대전화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없습니다.”(교사)
“일부 학생들이 휴대전화 중독에 빠지지만 대다수는 스스로 통제할 수 있습니다.”(학생)
28일 오후 부산 북구 만덕고 대강당에선 학생·학부모·교사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학생·학부모·교사 각각 1명씩 3명으로 꾸려진 찬성·반대 각 3개 팀이 3가지 주제에 대해 3시간 동안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찬성·반대팀 대표가 3분씩의 주장을 펼치는 입론과 반론, 자유토론이 끝나면 청중의 질문을 받고 답변을 했다.
3가지 토론 주제는 ‘휴대전화 개인 소지 허용’ ‘등교 때 체육복과 생활복 허용’ ‘등교시간을 아침 8시에서 8시30분으로 변경’이었다. 10가지 학칙 가운데 학생·학부모·교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선호도가 높은 3가지를 토론 주제로 선정했다.
학교생활과 직결된 주제여서 청중 반응도 뜨거웠다. 질문시간에 한 학생은 “수업시간에 휴대전화를 사용하던 학생이 제지하는 교사를 폭행한 사례를 들어 휴대전화 개인 소지를 반대한다고 하는 것은 특정 사례를 보편적인 것처럼 확대 해석하거나 정의하는 일반화의 오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는 학생·학부모·교사 등 교육 3주체의 의견이 학칙에 민주적으로 반영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제정·시행되는 것을 개선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학칙을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준수하는 의지를 이끌어내 약속이 살아있는 학교 분위기를 조성하는 효과와 함께 상대 의견을 존중하는 합리적 의사 결정을 훈련하는 뜻도 있다. 만덕고는 부산지역 고교 가운데 올해 유일하게 혁신학교로 지정된 곳이다.
토론회가 끝난 뒤, 참가자들은 투표로 결론을 내렸다. 학교 쪽은 투표 결과를 학칙에 반영하기로 했다. 투표 결과가 학생들에게만 유리한 것을 차단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투표자가 적은 학부모와 교직원의 투표 결과에 가중치를 둬서 학생·학부모·교직원의 비중이 같도록 했다. 학교 쪽은 29일 학교운영위원회의 학부모 대표 2명과 교직원 대표 4명, 학생 대표 2명으로 꾸려진 규정개정위원회를 열어 투표 결과를 반영한 학칙 개정 절차와 시행일을 공지한다.
이날 투표에선 종전처럼 아침 8시에 등교하고 교복을 입는 것으로 결론났고, 휴대전화는 일괄 수거해 보관한 뒤 하교 때 돌려주자는 의견이 더 많았다.
김대성 만덕고 교장은 “어른 눈으로 보면 아닌 것 같지만 학생들 스스로 결정한 것에 책임지도록 하고 실수를 통해 깨닫도록 하는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내년엔 학칙 말고 다른 주제를 두고 교육 3주체가 함께하는 토론회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