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시내 한 대형 서점에 비치되어 있는 초등학교 수학 참고서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수학 고통 줄이자 ②
연산·사고력·스토리텔링까지
‘5~7살 사교육 시작’ 절반 육박
초 3~4년부터 난이도 급상승
발달과정에 맞춰 내용 줄여야
연산·사고력·스토리텔링까지
‘5~7살 사교육 시작’ 절반 육박
초 3~4년부터 난이도 급상승
발달과정에 맞춰 내용 줄여야
서울 송파구의 한 초등학교 1학년에 재학중인 ㄱ양은 수학 사교육만 세개를 받는다. 우선 매주 월요일 학습지 선생님이 방문한다. 15~20분 정도씩 덧셈·뺄셈을 배우는데, 선생님이 초시계로 시간을 재며 연산 암산을 훈련시킨다. 수요일 방과후엔 영재원과 국제중 입시에 필수인 사고력 수학 학원을 다닌다. 학원에선 주로 교구와 문제풀이가 결합된 수업 방식으로 배운다. 큐브를 가지고 입체도형의 개념을 이해하는 식이다. 분기마다 학교 진도에 맞춰서 집으로 배송되는 연간 구독 학습지도 매일 푼다.
요즘 초등학생들 가운데는 ㄱ양처럼 수학 사교육을 세개씩 받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연산과 사고력 수학, 교과서인 스토리텔링 수학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다. ㄱ양의 어머니는 31일 “스토리텔링 수학이다 연산이다 뭐다 괜히 수학을 복잡하고 헷갈리게 쪼개놨다. 게다가 아직 숫자도 잘 모르는 아이부터 영재원을 준비하는 아이까지 한 교실에 섞여 있는데 학교에서는 수준에 맞춰 가르쳐주지 않는다. 각자 알아서 사교육을 하라는 얘기밖엔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각각의 문제집을 보면 이런 불만에 수긍이 간다. ㄱ양이 푸는 연산 학습지는 ‘10+21=?’처럼 단답형 사칙연산 문제가 대부분이다. 반면 사고력 수학 문제집엔 초등 1학년용인데도 고난도의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가 많다. 예를 들어 눈금이 있는 비커에 물을 두칸 채워놓은 그림을 제시한다. 여기에 주사위를 넣으면 네칸이 되고, 구슬을 한개 추가하면 다섯칸이 된다. 그래놓고 똑같이 물이 일곱칸인 비커 중에 주사위 두개가 들어 있는 쪽과 주사위 한개와 구슬 한개가 들어 있는 쪽의 ‘물의 양’을 비교하라는 식이다. 여기에 스토리텔링 수학 교과서 예습·복습용 문제집에는 풀이 과정을 쓰는 서술형 문제가 주를 이룬다.
통계청 사교육비 조사를 보면, 한국의 수학 사교육비 총액은 연간 약 6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2009년에서 2014년까지 전체 교과의 1인당 사교육비는 그대로인데, 수학은 6만70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9000원이 올랐다. 초등학교의 1인당 월평균 수학 사교육비는 4만5000원 수준이다.
교원그룹이 공개한 조사 결과를 봐도 어린이 수학 사교육의 비중이 드러난다. 교원은 약 2조5000억원 규모인 학습지 시장의 양대산맥 중 하나인데, 이 회사가 발행하는 구몬수학 학습지를 시작하는 시기는 ‘5~7살’(46.7%)이 가장 많다. ‘7~10살’(28%)과 ‘5살 미만’(14.2%), ‘10~13살’(9.1%)이 뒤를 잇는다. 교원그룹 홍보팀 관계자는 31일 <한겨레>에 “구몬학습의 전체 회원 중 70% 정도가 초등학생이고, 이 중 67%가 수학을 배운다”고 말했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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