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교육과정 총론시안 발표되자
교육단체 ‘문제점 개선 안됐다’ 평가
통합과목·초등 한자병기 등 비판
“명분 잃고 산업계·정계 이해만 남아”
교육단체 ‘문제점 개선 안됐다’ 평가
통합과목·초등 한자병기 등 비판
“명분 잃고 산업계·정계 이해만 남아”
6일 공개된 ‘2015 교육과정 총론’ 시안을 두고 “명분은 약해지고 정치권과 산업계의 이해만 남았다”는 비판과 함께 개정 중단 및 연기 요구가 거세다.
교육부는 이날 충북 청주시 한국교원대에서 국가교육과정 개정연구위원회(위원장 김경자) 주최로 ‘2015 개정 교육과정 제1차 공청회’를 열어 교육과정의 ‘헌법’에 해당하는 총론 시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9월 총론 주요 내용을 발표한 지 거의 1년 만인데, 주요 내용 공개 이후 교육계에서 줄기차게 비판해 온 문제점이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과목별 전국교사모임 등 교육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개정 이유와 명분이 없는 교육과정 개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학습 부담 20% 경감’이라는 개정 취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고, ‘문·이과 통합’이라는 개정 목적과 달리 통합과학과 통합사회 과목을 졸속으로 도입해 학습 부담만 늘어나리란 우려 탓이다. 아울러 초등학교 한자병기와 소프트웨어 교육 도입, 국정화 수준의 교과서 감수 체제 강화 등은 산업계와 정치권의 요구 사항만 일방적으로 수용한 개악이라고 짚었다.
교육부는 교육과정 개정을 추진하며 학생의 학습 부담을 시급히 줄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학습 부담 경감률은 애초 목표인 20%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이 분석해보니, 학습 부담이 가장 큰 수학 과목의 실질 경감률이 지난 교육과정 대비 8.7%에 그쳤다.
이번 개정의 문패인 ‘문·이과 통합’도 부작용이 우려된다. 교육부는 문과에서 과학과목을, 이과에서 사회과목을 배우지 않는 ‘문·이과 칸막이’를 없앤다며 고교 통합사회, 통합과학 과목을 신설하기로 했다. 전국과학교사모임과 전국사회교사모임 등은 “통합사회, 통합과학 과목을 개설하더라도 단기간에 부실하게 만든 교과서와 준비되지 않은 교원으로는 과목 개설 취지를 살릴 수 없다”고 우려했다.
초등학교는 개정 취지와 무관한 ‘개정 폭탄’을 맞았다는 게 중론이다. 그 가운데서도 교과서 한자병기는 한자 사교육을 부추기고 한글전용 정책을 후퇴시키리라 예상된다. 소프트웨어 교육도 제대로 된 연구조차 없이 ‘대통령 말한마디’에 정규 교육과정으로 도입돼 교육과정 개정의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가 교육과정 개정을 계기로 한국사 등 일부 과목의 교과서 국정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도 대표적인 개악 사례로 손꼽힌다. 비슷한 맥락에서 7월30일 발표된 ‘교과용 도서 개발체제 개선 방안’은 검정교과서 2차 심사 추가와 감수 반영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표기·표현 오류뿐 아니라 내용 수정도 강제하고 있다. 전교조는 “검정교과서 내용에 대한 검열을 강화해 모든 검정교과서를 사실상 국정화하겠다는 것으로, 교육과정에 이어 교과서 내용까지 정권과 자본의 이해를 관철하려는 책략을 노골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찬승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대표는, 정부가 기존의 지식 위주 교육과정에서 역량 중심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한다면서도 사회적 합의나 구체적인 추진 방법에 무신경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졸속 교육과정 개정은 교육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킨다”며 “정해진 9월 고시 일정을 무리하게 따르지 말고, 지금이라도 시한을 연기해 교육과정을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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