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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치아 누렇게 변하고 싶어요?”…청소년이 던지는 흡연 경고

등록 2015-08-31 19:47수정 2015-08-31 23:19

서울 구로구 건강멘토 프로그램으로 만난 멘토-멘티 학생들이 구로구 지역을 돌아다니며 설문조사 등을 하고 있다. 구로구 제공
서울 구로구 건강멘토 프로그램으로 만난 멘토-멘티 학생들이 구로구 지역을 돌아다니며 설문조사 등을 하고 있다. 구로구 제공
금연 캠페인 펼치는 청소년들
“술, 담배요? ‘노는 애들’만 한다는 건 오해예요. 모범생이라고 불리는 애들도 많이 해요.”

흡연·음주에 대해 물으면 많은 청소년들이 이렇게 얘기한다. 청소년 흡연 인구가 줄지 않고 있는 데는 가까운 곳에 흡연자들이 많은 탓도 크다. 8월17일 질병관리본부의 보고서 ‘청소년 흡연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환경적 요인’에 따르면 지난해 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 조사 결과, 부모 모두가 흡연자일 때 청소년 흡연율은 17.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고, ‘학교 내 건물 밖에서 교사 또는 학교 직원의 흡연을 본 적 있는 경우’의 흡연율이 8.9%로 그렇지 않은 경우의 4.4%보다 2배가량 높았다. 또 청소년 흡연율은 친한 친구가 흡연자일 때 13.5%로, 그렇지 않은 경우의 0.8%에 비해 16.9배나 높아 친구 집단의 흡연 여부가 흡연 행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서울 구로구 ‘건강멘토’ 프로그램의
건강 분야 전공 대학생-고교생들
동네 돌며 흡연 관련 조사
이달중 신도림역서 캠페인 예정
10대 눈높이서 재미·의미 더한
‘금연송’ ‘유시시’ 사례도 나와

서울시 구로구 구일고등학교(교장 윤용수) 2학년 원유진, 김희라, 오인빈양은 오는 11일 오후 3시께 신도림역 근처에서 ‘금연 약속 캠페인’이라는 특별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시민들에게 흡연을 하는지 묻고, 흡연할 경우 그 사람한테서 “앞으로는 금연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그가 누군가에게 똑같은 약속을 받아낼 수 있도록 활동을 독려하는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을 위해 오양은 평소 그림 실력을 뽐내 포스터도 제작했다.

세 학생 곁에는 두 명의 대학생 멘토인 이인혜(차의과대학 보건복지전공학과 2학년)씨, 안예찬(신구대학교 방사선과 2학년)씨가 함께할 예정이다. 각각 경기도 부천시, 서울시 광진구에 사는 두 대학생과 세 청소년은 지난 7월22일 ‘유진희라인빈’이라는 이름의 팀으로 하나가 됐다.

두 달 전만 해도 서로를 모르던 이들을 엮어준 건 구로구(구청장 이성)였다. 구로구는 관내 청소년들이 정신적, 신체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건강 분야 전공 대학생과 청소년들을 손잡게 하고, 흡연·음주 등 유해환경에 대한 모니터링과 개선활동, 상담 등을 펼칠 수 있는 ‘건강멘토’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자치구 차원에서 학습과 관련해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례는 많이 있지만 ‘건강’을 주제로 멘토-멘티가 만난 사례는 흔치 않다. 구로구 보건행정과 건강도시팀 장은진 주무관은 “지난해까지는 담당 주무관과 청소년들이 함께하는 방식이었는데 나이 차이가 덜 나는 대학생 선배들과 함께하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마침 보건의료계열 분야를 꿈꾸는 학생들이 이런 활동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는 것 같아서 관련 분야 대학생들로 팀을 꾸렸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팀을 비롯해 멘토 대학생 6명, 청소년 12명 등이 총 다섯 개 팀으로 나뉘어 활동중이다. 지난해에는 구로구 내 학교들과 연계해 동아리 차원에서 진행했지만 올해는 학생이 개별적으로 지원해 활동하는 방식이어서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들의 활동은 흡연·음주 등과 관련해 구청 쪽에서 마련한 교육을 받고, 팀별로 주제를 정한 다음 실태 및 설문조사, 계도 활동 등을 기획 및 실천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지난 여름 방학에는 9월25일부터 개정되는 ‘청소년 보호법 시행령’ 중 ‘19살 미만 청소년에게 술·담배 판매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공지문을 영업장 내 잘 보이는 곳 또는 담배자동판매기 앞면에 표시해야 한다’는 내용 등을 홍보하러 다녔다. 김희라양은 “청소년 흡연 문제를 많이 지적하는데 그것도 문제지만 청소년이 길거리, 음식점 등에서 간접흡연에 노출되는 경우도 많다는 걸 조사를 통해 알게 됐다”고 했다. ‘음주탈출넘버원’ 팀은 주변 자료조사 등을 통해 “술을 권하는 광고에는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등장하는 데 반해 음주 금지 포스터 등은 참 형식적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포스터도 잘 만들어야 할 거고, 이를 보다 잘 보이는 장소에 붙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소년들이 이런 활동을 하고 다니니 이를 낯설어하는 이들도 꽤 있었다. ‘다슬기’ 팀의 멘티 장이슬(고척고 1학년)양은 “한 음식점에 들어갔는데 주인 아들분이 ‘구로구보건소에서 나온 것 맞냐’며 까칠하게 하셨던 기억도 난다”며 웃었다.

보건의료 분야 전공 대학생과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을 이어준 덕분에 청소년들에게는 자연스레 진로·진학교육도 되고 있다. 김희라양은 “언니는 의료행정 분야 전공이고 오빠는 방사선 관련 학과인데 각 학과에서 어떤 걸 배우는지 상세히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됐다”고 했다. 건강멘토들의 활동은 오는 11월 중에 마무리되는데 활동을 통해 나온 모니터링 내용, 회의에서 도출된 의견, 분석 결과 등은 내년도 구정에 반영할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흡연·음주 예방 교육은 ‘암 유발’ 등 질병 위주로 그 문제점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은데 청소년 대부분이 “이런 방식은 지루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골목길에서 담배를 태우고 술을 마시던 고교생들. 이 무리에 속해 늘 줄담배를 태우던 한 남학생은 어느 날 폐질환으로 중환자실 신세를 지게 된다. 어느 날,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문병을 오지만 남학생은 누런 이에 지독한 입냄새로 여자친구를 맞이한다. 이 모습에 여자친구는 실망을 하고….”

인천 삼산고 2학년 박하얀양은 영상제작반 동아리를 운영하며 평소 생각해왔던 청소년 흡연·음주 문제를 이런 내용의 사용자제작콘텐츠(UCC)로 제작해 얼마 전, 여성가족부가 주최한 제2회 청소년 흡연·음주예방 유시시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김양은 “아이들이 금연교육을 받아도 계속 담배에 손을 대는 이유가 지루하고, 가깝게 와닿지 않아서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폐암 유발’ 등 너무 멀고 뻔한 이야기를 꺼내기보다는 ‘누런 이’, ‘입냄새’ 등 아이들 처지에서 현실적으로 관심을 기울일 만한 요소를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중순. 강원도 속초 설악고 체육관에서 학교 뒷산으로 올라가는 후미진 공간에선 이 학교 힙합동아리 학생들의 춤과 노래 공연이 쉬는 시간, 점심시간 등을 이용해 펼쳐졌다. 힙합동아리 스웨그 소속 학생들은 빈지노, 이센스의 노래 등을 금연송으로 개사해 부르며 게릴라 콘서트를 펼쳤다. 강원도교육청 지정 금연실천운영학교인 이 학교는 금연 관련 자존감캠프 참여 등을 비롯해 이런 식으로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는 금연 캠페인을 마련했다. 공연을 펼친 장소는 평소 학생들이 몰래 숨어서 담배 피우던 장소로 잘 알려진 곳. 2학년 최정규군은 “나도 흡연자였는데 이제는 담배를 끊었다”며 “어른들이 진행하는 일반적인 강의는 애들도 이미 다 아는 내용이라 지루했는데 학생들이 즐겨 부를 만한 노래 등 금연을 일종의 문화로 만들어볼 기회가 생기니 좋다”고 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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