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4일 오후 2심 선고공판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뒤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을 나서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항소심 선고 공판이 열린 4일 서울고등법원 417호 대법정에선 150석의 방청석을 가득 메우고도 100여명의 방청객이 선 채로 재판장의 선고를 지켜봤다.
쟁점이 엇갈리는데다, 교육현장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는 판결인 만큼 재판 결과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교육감직에서 내몰릴 뻔한 조 교육감에게 ‘선고유예’ 판결이 나오자 지지자들은 “조희연”을 연호하며 환호했다.
진보 교육계는 이번 판결로 그동안 다소 ‘미온적’이었던 조 교육감의 개혁정책에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조 교육감은 6·4 지방선거에서 ‘(자율형사립고 등) 특권학교 폐지, 일반고 전성시대’ 등을 약속하며 당선됐지만 취임 반년 만에 재판을 받게 되면서 동력을 잃은 상태로 9개월여를 보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5월 특성화중학교 운영 성과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영훈국제중에 2년 유예 결정을 내린 게 대표적이다. 이후 외국어고·자사고 등의 평가에서도 모두 ‘면죄부’를 줬다. “조 교육감이 재판을 의식해 좌고우면한다”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이도 저도 아닌 교육정책 때문에 교육감에 대한 진보 교육계의 실망감도 컸다. 검찰이 상고 방침을 밝혔지만 일단 조 교육감이 이번 재판 결과를 동력 삼아 공약대로 교육개혁에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은순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도 “조 교육감이 특목고, 자사고 문제 등에 유보적인 모습을 보여왔는데 앞으로는 더욱 책임의식을 갖고 서울시민의 기대에 부응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시교육청 감사관실의 내홍까지 외부에 알려지는 등 상처입은 리더십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교육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시교육청 내부에서도 그동안 공정택 전 교육감이나 곽노현 전 교육감의 앞선 사례 때문에 ‘교육감이 또 고꾸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컸던 게 사실이다. 조 교육감이 교육청 안팎의 분위기를 일신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교육감은 대법원 확정판결 때까지 ‘자중하겠다’는 기색이 역력하다. 조 교육감은 이날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겸손’과 ‘신중함’을 거듭 강조했다. “더 겸손한 자세로 서울 아이들 위하는 데 매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뒤 고승덕 변호사에 대해서도 “심심한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 앞으로 다른 공간에서 협력자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재판부가 일부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만큼 여당 등 보수 진영의 ‘교육감 직선제 흔들기’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논평을 내어 “대법원의 최종 판결 전까지 서울 교육현장의 혼란은 지속될 것”이라며 “근본 원인은 교육감 직선제에서 비롯된 만큼 위헌소송으로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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