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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일터 체험 많지만 직업관 알려주는 교육은 아쉬워

등록 2015-12-14 20:36수정 2015-12-15 17:49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진행한 진로체험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이 3D 가상현실 체험을 하고 있다.  성북청소년진로직업체험지원센터 제공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진행한 진로체험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이 3D 가상현실 체험을 하고 있다. 성북청소년진로직업체험지원센터 제공
자유학기제 앞둔 현장의 고민
“아이가 중2 때 직업체험을 하러 간다고 했다. 애니메이션 작가가 꿈이었던 아이는 클레이 인형을 하나 들고 왔다. 분명 애니메이션 작가 체험이라고 했는데 옆 학교에서 만든 체험부스에 가서 클레이아트를 했다고 했다. 프로그램이 부실하고 그나마 일회성으로 끝나 실망스러웠다.”

학부모 현문영씨의 말이다. 이처럼 직업체험 프로그램이 형식적으로 이뤄지거나 체험 일터에 가서도 체계적인 교육보다 실무를 잠깐 ‘맛보는’ 선에 그치는 경우가 있다.

내년 자유학기제 전면도입
진로체험활동 2회 이상 의무
현장서 “프로그램 부족” 우려도

학부모 나서 체험 일터 발굴
진로직업체험센터-학교 연계
현장 요구 반영한 프로그램 짜기도
단발성 체험보단 직업 철학 알려줘야

내년부터 자유학기제가 전면 도입된다. 중학교 과정 중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꿈과 끼를 찾을 수 있도록 토론 실습 등 학생 참여형으로 수업을 개선하고, 진로탐색 활동 등 다양한 체험 활동이 가능하도록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제도다. 얼마 전 교육부가 발표한 ‘중학교 자유학기제 시행 계획’에 따르면 학생 수요를 반영한 ‘자유학기 활동’을 170시간 이상 편성하도록 했다. 구체적 내용은 진로탐색 활동, 주제선택 활동, 동아리 활동, 예술·체육 활동이다.

이 기간 중 학생의 희망을 반영한 진로체험 활동을 2회 이상 실시해야 한다. 교육부는 체험활동과 관련해 현재 7만8993개 체험처 및 16만여개의 프로그램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여전히 체험처 발굴의 어려움과 진로교육 프로그램의 질 담보가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진로체험 프로그램으로 경찰 직업 체험에 나선 학생들이 성북경찰서에서 직접 지문을 채취해보고 있다. 성북청소년진로직업체험지원센터 제공
진로체험 프로그램으로 경찰 직업 체험에 나선 학생들이 성북경찰서에서 직접 지문을 채취해보고 있다. 성북청소년진로직업체험지원센터 제공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2년째 자유학기제를 담당하는 교사는 “지금은 학교로 오는 공문을 통해 진로체험 프로그램을 찾는데 많이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내년에 전면 도입되면 체험 기관이나 프로그램이 부족해서 학교 간 경쟁이 심해질 것 같다”고 했다. 다른 교사들도 “원하는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주겠다는 업체 전화나 홍보 우편물이 오기도 하고, 사람이 직접 방문하는 일도 많다”며 “제대로 검증이 안 된 곳도 있고, 그들이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수업을 진행할지, 교육적인 태도로 접근하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현재 전체 중학교의 70%인 2200여개교가 자유학기제를 운영 중이다. 내년에 전면 도입이 되면 3173개교로 확대된다. 학교 현장에서 수요가 커지는 만큼 모든 학교에서 제대로 된 체험 일터나 진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을지 걱정도 나온다. 현재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진로교육 관련 사업은 혁신교육지구사업, 마을결합형학교(마을교육공동체), 진로직업체험센터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진로직업체험지원센터는 전국 200여개로 서울은 25개 자치구 모두 설치돼 있다. 하지만 지역별, 센터별로 운영 편차가 큰 편이다.

현씨는 현재 성북 학부모마을교사네트워크(이하 학마네)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아들의 진로체험 경험을 계기로 2012년 서울시교육청에서 모집하는 학부모진로코치단에 신청했다. “연수를 듣고 공부할수록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진로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의 진로직업체험센터와 연계해 학부모진로코치단들이 모여 올해 자체적으로 학마네를 꾸렸다.”

학부모진로코치단은 서울시교육청에서 선발해 교육을 시킨 뒤 단위학교에서 요청할 경우 보내준다. 하지만 대부분의 진로코치단이 행사가 있을 때 한번 봉사활동식으로 참여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 현 대표를 비롯해 진로교육에 관심 있는 이들은 지속적인 활동을 하기로 했다. 컨벤션 기획자, 인테리어 디자이너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던 135명이 15개 동아리를 만들었다. 자유학기제를 운영 중인 학교 학생들과 함께 직업체험 프로그램을 직접 진행하기도 하고 학생들이 체험일터에 나갈 때 인솔교사로 동행한다.

학마네는 성북청소년진로직업체험지원센터 ‘미래창창’(이하 미래창창)과 함께 활동하고 있다. 유재선 센터장은 “자유학기제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우리 센터 같은 기관과 학교, 학부모의 지속적인 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학마네 소속 학부모들은 체험 일터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맨땅에 헤딩’하듯이 소규모 업체나 중소기업을 방문해 자유학기제 취지와 진로체험 프로그램을 설명했다. 체험 전에는 센터와 함께 현장 멘토에게 직업교육도 했다. 유 센터장은 “학교와의 소통을 위해 학교별 교사협의회를 만들었다. 내년에는 이를 확대해 자유학기제를 담당하는 진로부장, 연구부장, 창의적 체험활동부장을 주축으로 교사동아리를 만들 생각”이라며 “학마네처럼 센터와 정기적으로 워크숍도 하고 학교와 마을을 잇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외부기관에 의존해 직업체험에만 몰두하지 말고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는 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현재 자유학기제를 담당하는 이는 보통 진로담당교사, 1학년 부장이나 교사 정도다. 이들은 “학교 자체적으로 강연을 진행하거나 직업 축제 등을 열 때도 있지만 한계가 있다. 담당 교사가 외부 체험 일터나 프로그램 운영 기관을 섭외하는 동시에 교내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기란 쉽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학교 자체 프로그램까지 개발하는 것은 사실상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혜원여중은 자유학기제를 운영하지 않지만 3년 전부터 자체적으로 전학년 대상 진로교육을 하고 있다. 채일동 진로진학상담교사는 “교사들도 노력을 하지만 일이 많아서 외부 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자유학기제에 진로체험 부분이 크지만 전부는 아니다. 그보다 직업을 선택하는 데 중요한 가치 등 전반적인 직업관을 갖도록 하는 데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체험 일터에 가기 전 외부 전문가를 불러 직업인으로서의 역할과 소명의식, 직업인으로서의 권리와 의무에 관한 노동법 등을 충분히 교육한다. 아이들이 단순히 실무를 접해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직업을 선택하는 데 어떤 부분을 중요시하고, 내가 왜 그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다.”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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