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용 전 ‘우리교육’ 대표.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김윤용 전 ‘우리교육’ 대표
호수공원 나무 관찰기 펴내
퇴직 뒤 ‘두바퀴째’ 국토걷기
“교육과 걷기 연계활동이 꿈”
호수공원 나무 관찰기 펴내
퇴직 뒤 ‘두바퀴째’ 국토걷기
“교육과 걷기 연계활동이 꿈”
경기 고양시 일산에 자리한 호수공원은 1996년 문을 열었다. 당시 관람객들은 햇빛을 피하기 쉽지 않았다. 100만㎡가 넘는 공원에 나무는 듬성듬성했으니 그늘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고양국제꽃박람회 첫해인 97년부터 호수공원에 나무를 많이 심기 시작했다. 19년이 흘러 이런 책이 나왔다. <호수공원 나무산책>(이상북스). 96년 일산 밤가시마을 주민이 된 김윤용(57)씨가 호수공원과 일산 도심에서 만난 150여종의 나무들을 관찰한 결과를 꼼꼼히 기록했다.
“호수공원 사자상에서 아랫말산을 10여 미터 오르면 회화나무 옆에 음나무가…. 고광나무는 인공폭포에서 애수교 방향으로 걸으면 호숫가에 군락을…. 호수공원에서는 개오동을 볼 수 없고, 강선공원 어린이 놀이터 옆에서 관찰할 수 있다.” 나무에 푹 빠진 지난 3년 동안 김씨는 산책길에 눈에 띄는 나무란 나무는 모두 수첩과 머릿속에 입력했다. 그 열정이 책으로 결실을 맺은 것이다. 지난 7일 한겨레신문사에서 그를 만났다.
“2013년 봄에 정발산에서 박태기나무를 봤어요. 보라색 꽃들이 나무 몸통에 붙어 있는 듯한 모습을 보고 갑자기 나무에 호기심이 생겼죠.” 이때부터 나무 공부를 시작했다. 박완서나 이문구 등 우리 문학작품에서 나무가 나오는 대목도 틈틈이 메모했다. 눈을 감고 나무 모습을 그려보는 버릇도 생겼다. 정확히 그려지지 않으면 공부가 부족했다는 생각에 나무를 직접 찾아 확인했다.
김씨는 서울 용마초 교사로 있던 89년 전교조 가입을 이유로 해직당했다. 94년 복직했으나 “현장 적응에 어려움을 느끼고” 3년 만에 퇴직했다. 그 뒤엔 교육전문지 <우리교육> 편집장과 대표로 2010년까지 일했다. 지난 6년은 걷기와 책읽기로 채운 시간이었다.
국토 걷기는 한바퀴를 마쳤고 지금 두바퀴에 도전 중이다. 고양에서 출발해 전남 해남, 부산 해운대, 강원 고성을 거치는 코스를 이미 돌았고, 두바퀴째 순례도 서해안을 따라 목포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코스만 남았다고 했다. 제주 올레길도 전체 21개 코스 중 19개를 섭렵했다. 직장생활 할 땐 엄두를 내지 못했던 히말라야 트레킹도 세차례나 했다. 4년 전엔 두달 보름가량 머물며 5400m까지 올라가는 안나푸르나 라운드 트레킹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을 했다.
그는 길을 걸으면서 떠오른 생각을 ‘기자수첩’에 적는다. 지금 25권째 쓰고 있다. “앞으로 동화나 교과서에 나오는 나무 이야기를 엮어 어린이책을 쓸 생각입니다. 지난 6년의 걷기 체험기도 출판을 계획하고 있죠.”
그는 지금 프랑스 도보여행가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세운 단체인 ‘쇠유’(프랑스어로 문턱이란 뜻)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 쇠유는 수감 중인 청소년 두 명과 어른 한 명이 짝을 이뤄 2천㎞ 이상을 함께 걷는 프로그램을 통해 비행 청소년의 사회복귀를 돕고 있다.
“교사 경험을 살려 걷기를 교육에 연결시키고 싶어요. 언젠가 한국형 쇠유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걷기의 치유효과는 대단하죠. 걸으면서 자기 몸에 각인된 고통은 자신을 돌아보는 사색으로 이어집니다. 쇠유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소년의 사회복귀율도 매우 높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글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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