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뉴스 시장이 확대되고 뉴스 채널들이 다양해지면서 종이신문을 부교재로 활용하는 수준의 교육을 뛰어넘어 뉴스를 제대로 읽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논의들이 나오고 있다. 2010년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이 종이신문을 부교재로 놓고 논술 공부 등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뉴스 리터러시 교육
“뉴스! 엔(N), 이(E), 더블유(W), 에스(S)죠. 노스, 이스트, 웨스트…. ‘사방에서 들어오는 새로운 것들’을 바로 뉴스라고 합니다.”
경희여중 강용철 국어교사가 영어단어 ‘NEWS’ 철자가 적힌 도화지를 각각 동, 서, 남, 북 위치에 붙여놓고 설명했다. “이번에는 자유롭게 뉴스 볼 시간을 10분 드리겠습니다.” 곧 학생들은 신나서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10분 뒤. 쪽지에 기억에 남는 뉴스를 적어 내라고 했다. ‘농약 사이다’, ‘특정 연예인 이름’, ‘뭘 봤더라?’, ‘기억이 안 나요’ 등이 적혀 있었다. 많은 학생들이 적은 ‘농약 사이다’는 이날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였다.
‘페북’ 등으로 뉴스 접하는 아이들
‘어뷰징’, ‘광고형 기사’ 속에서
정보 제대로 보는 관점 필요해져 뉴스가 오는 다양한 경로부터
좋은 뉴스 뭔지 등 똑똑히 알아야
해외는 ‘나쁜 정보 구별법’ 가르치는데
‘학교서 리터러시 교육하자’ 논의 나와
‘생활 속 교육으로 자리잡아야’ 의견도 이는 올해 1월9일, 한국방송 1테레비젼에서 방영됐던 <세상을 바꾸는 뉴스 사용 설명서>에 나오는 실험 내용이다. 강 교사는 “이 실험을 통해서 봐도 청소년들의 뉴스 소비에 대한 문제점이 보인다”고 했다. “다양한 뉴스를 골고루 섭취해야 하는데 아이들이 접하는 뉴스 분야가 연예, 스포츠 등 한정적이다. 포털에서 올려주는, 즉 ‘게이트키핑’을 통해 걸러지는 뉴스만 보는 경향도 심각하다.” 실험에서처럼 대다수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접한다. 언론사 누리집 등 하나의 채널을 통해서가 아니다. 각종 포털, 페이스북, 트위터 등 채널도 다양하다. 이 속에서 어뷰징, 광고형 뉴스 등을 접할 일도 많아진다. 청소년들한테 뉴스는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좋은 뉴스, 나쁜 뉴스를 가려보는 법, 광고와 기사를 구분하는 법 등 독자로서 똑똑하고 비판적인 눈을 갖는 게 매우 중요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교육 현장에서는 ‘뉴스 리터러시 교육’이라는 말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미디어 교육의 주축이 됐던 것은 ‘신문활용교육’(Newspaper In Education), 즉 ‘신문을 보조교재로 활용한 교육’이었다. 하지만 종이신문이 위기를 맞이하면서 ‘뉴스활용교육’(News In Education)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종이 매체로서의 신문이 의미를 많이 잃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게 ‘뉴스 리터러시’(News Literacy)다. 뉴스 리터러시에 대해 학술적으로 정의된 바는 아직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지난해 <뉴스 리터러시 교육: 커리큘럼 및 지원 체계> 연구서(이하 연구서) 등에서 거의 처음으로 개념을 정리한 상황이다. 연구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강 교사는 “리터러시가 최근 학자들 사이에서는 화두인데 사전적으로는 읽고, 쓰는 능력을 말하고, 학문적으로는 ‘문식성’, ‘문해성’을 의미한다”며 “그런데 본래 어원적으로 보면 ‘교양’, ‘소양’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어떤 방법론이 아닌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델링, 패러다임인 셈이다. ‘가’를 읽고, ‘가’라고 발음할 수 있는지를 보는 게 아니라 말의 맥락을 정확히 이해하고, 심층적이고 비판적인 관점에서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고 보면 된다. 핵심은 뉴스를 소비하는 소비자가 뉴스를 정확하게, 비판적으로 읽으면서 혼탁한 정보사회 속에서 바른 가치관과 민주시민 의식을 갖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이런 뉴스 리터러시 교육이 일반화된 경우가 많다. 연구서 국외 사례 등을 정리한 김경보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비케이(BK)연구교수는 미국 스토니브룩대학의 ‘뉴스리터러시센터’ 사례를 소개했다. 이 센터에서는 매해 약 1만여명에 달하는 대학생, 고교생, 일반인을 대상으로 뉴스 리터러시를 교육한다. 핵심은 대상자들이 뉴스 미디어에 대한 지식 및 저널리즘 실무와 관련한 이해 능력을 키우고, 뉴스 매체에서 신뢰할 만한 정보를 찾는 눈을 키워주는 것이다. 고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구텐베르크부터 저커버그까지’라는 프로그램도 있다. 뉴스 리터러시란 무엇인지부터 이미지의 힘, 진실과 입증, 신문 뉴스 분해하기, 소셜 미디어 분해하기, 뉴스의 미래 등을 주제로 14주차로 구성돼 있다. 센터에서는 담당 교사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도 한다. 미국에는 ‘뉴스 리터러시 프로젝트’도 있다. 2009년부터 2010년에 걸쳐 본격적으로 진행한 이 프로젝트는 학생들한테 사실과 허구를 구별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을 목표로 언론인 등의 참여도 강조하고 있다. 프랑스에는 ‘클레미’(CLEMI)라는 국립미디어교육센터에서 미디어교육 전문가들이 학교 등에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센터의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교육 현장에서는 유아 때부터 뉴스 리터러시 교육을 받는다. 한 예로, 2~5살 어린이들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에서 신문을 만져보며 글귀를 분간하거나 신문과 잡지가 어떻게 다른지를 구분하는 걸 배운다.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 연수를 통해 클레미를 방문한 김형태 교사(군자초)는 “그곳 사람들한테 ‘한국에서는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과 정보를 어떻게 접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로 고민이 많다’고 했더니 ‘우리는 걱정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했다. “그 나라 아이들은 ‘나 스스로 매체를 똑똑하게 잘 써야 한다’는 관점에서 어릴 적부터 시작하는 시민소양교육 가운데 하나가 리터러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이티(IT) 기술이 먼저 발전하고, 그 이후 기술로 인한 문제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하자 ‘보호주의적’ 관점에서 이 교육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학교에서도 뉴스 리터러시 교육 등 미디어 교육을 하지만 단편적인 체험에 그친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서울 한 중학교에 다니는 최아무개 교사는 “최근에 미디어교육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일선 학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한다”며 “하지만 기자 초청 직업인 인터뷰 또는 언론사 견학 등을 하거나 기자재가 구비된 학교에서는 학교 방송, 팟캐스트 제작 등을 하는 수준에 머문다”고 했다. 우리나라에도 프랑스 클레미와 같은 일원화된 교육 창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연구서 집필에 참여한 양정애 연구위원은 “언론진흥재단,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등 각각의 분야에서 미디어 교육을 하는데 기관마다 추구하는 게 달라 각기 다른 교육을 하고 있고, 그 안에서 때론 중첩되는 것도 있다”며 “최근 교육부가 미디어 교육 등에 관심을 기울이는 추세인데 교육부 주도 아래 이런 교육이 이루어지면 좋겠다”고 했다. 또한 “창의적 체험 프로그램, 자유학기제 등이 운영되는 중인데 이를 통해 뉴스 리터러시 교육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 리터러시 교육이 생활 속 필수교육이 돼야 한다는 데는 많은 이들이 동의하지만, 교육 현장에 실질적으로 도입되는 방식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김형태 교사는 “자유학기제 때 아이들한테 ‘요리’, ‘뉴스 리터러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대부분이 요리를 선택할 것”이라며 “뉴스 리터러시는 어른들이 좋아할 만한 교과인데 자유학기제는 아이들이 선택하는 것이다. 그 필요성은 충분히 납득하지만 현실 적용을 위해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김청연 <함께하는 교육> 기자 carax3@hanedui.com
‘어뷰징’, ‘광고형 기사’ 속에서
정보 제대로 보는 관점 필요해져 뉴스가 오는 다양한 경로부터
좋은 뉴스 뭔지 등 똑똑히 알아야
해외는 ‘나쁜 정보 구별법’ 가르치는데
‘학교서 리터러시 교육하자’ 논의 나와
‘생활 속 교육으로 자리잡아야’ 의견도 이는 올해 1월9일, 한국방송 1테레비젼에서 방영됐던 <세상을 바꾸는 뉴스 사용 설명서>에 나오는 실험 내용이다. 강 교사는 “이 실험을 통해서 봐도 청소년들의 뉴스 소비에 대한 문제점이 보인다”고 했다. “다양한 뉴스를 골고루 섭취해야 하는데 아이들이 접하는 뉴스 분야가 연예, 스포츠 등 한정적이다. 포털에서 올려주는, 즉 ‘게이트키핑’을 통해 걸러지는 뉴스만 보는 경향도 심각하다.” 실험에서처럼 대다수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접한다. 언론사 누리집 등 하나의 채널을 통해서가 아니다. 각종 포털, 페이스북, 트위터 등 채널도 다양하다. 이 속에서 어뷰징, 광고형 뉴스 등을 접할 일도 많아진다. 청소년들한테 뉴스는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좋은 뉴스, 나쁜 뉴스를 가려보는 법, 광고와 기사를 구분하는 법 등 독자로서 똑똑하고 비판적인 눈을 갖는 게 매우 중요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교육 현장에서는 ‘뉴스 리터러시 교육’이라는 말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미디어 교육의 주축이 됐던 것은 ‘신문활용교육’(Newspaper In Education), 즉 ‘신문을 보조교재로 활용한 교육’이었다. 하지만 종이신문이 위기를 맞이하면서 ‘뉴스활용교육’(News In Education)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종이 매체로서의 신문이 의미를 많이 잃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게 ‘뉴스 리터러시’(News Literacy)다. 뉴스 리터러시에 대해 학술적으로 정의된 바는 아직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지난해 <뉴스 리터러시 교육: 커리큘럼 및 지원 체계> 연구서(이하 연구서) 등에서 거의 처음으로 개념을 정리한 상황이다. 연구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강 교사는 “리터러시가 최근 학자들 사이에서는 화두인데 사전적으로는 읽고, 쓰는 능력을 말하고, 학문적으로는 ‘문식성’, ‘문해성’을 의미한다”며 “그런데 본래 어원적으로 보면 ‘교양’, ‘소양’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어떤 방법론이 아닌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델링, 패러다임인 셈이다. ‘가’를 읽고, ‘가’라고 발음할 수 있는지를 보는 게 아니라 말의 맥락을 정확히 이해하고, 심층적이고 비판적인 관점에서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고 보면 된다. 핵심은 뉴스를 소비하는 소비자가 뉴스를 정확하게, 비판적으로 읽으면서 혼탁한 정보사회 속에서 바른 가치관과 민주시민 의식을 갖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이런 뉴스 리터러시 교육이 일반화된 경우가 많다. 연구서 국외 사례 등을 정리한 김경보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비케이(BK)연구교수는 미국 스토니브룩대학의 ‘뉴스리터러시센터’ 사례를 소개했다. 이 센터에서는 매해 약 1만여명에 달하는 대학생, 고교생, 일반인을 대상으로 뉴스 리터러시를 교육한다. 핵심은 대상자들이 뉴스 미디어에 대한 지식 및 저널리즘 실무와 관련한 이해 능력을 키우고, 뉴스 매체에서 신뢰할 만한 정보를 찾는 눈을 키워주는 것이다. 고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구텐베르크부터 저커버그까지’라는 프로그램도 있다. 뉴스 리터러시란 무엇인지부터 이미지의 힘, 진실과 입증, 신문 뉴스 분해하기, 소셜 미디어 분해하기, 뉴스의 미래 등을 주제로 14주차로 구성돼 있다. 센터에서는 담당 교사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도 한다. 미국에는 ‘뉴스 리터러시 프로젝트’도 있다. 2009년부터 2010년에 걸쳐 본격적으로 진행한 이 프로젝트는 학생들한테 사실과 허구를 구별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을 목표로 언론인 등의 참여도 강조하고 있다. 프랑스에는 ‘클레미’(CLEMI)라는 국립미디어교육센터에서 미디어교육 전문가들이 학교 등에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센터의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교육 현장에서는 유아 때부터 뉴스 리터러시 교육을 받는다. 한 예로, 2~5살 어린이들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에서 신문을 만져보며 글귀를 분간하거나 신문과 잡지가 어떻게 다른지를 구분하는 걸 배운다.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 연수를 통해 클레미를 방문한 김형태 교사(군자초)는 “그곳 사람들한테 ‘한국에서는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과 정보를 어떻게 접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로 고민이 많다’고 했더니 ‘우리는 걱정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했다. “그 나라 아이들은 ‘나 스스로 매체를 똑똑하게 잘 써야 한다’는 관점에서 어릴 적부터 시작하는 시민소양교육 가운데 하나가 리터러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이티(IT) 기술이 먼저 발전하고, 그 이후 기술로 인한 문제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하자 ‘보호주의적’ 관점에서 이 교육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학교에서도 뉴스 리터러시 교육 등 미디어 교육을 하지만 단편적인 체험에 그친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서울 한 중학교에 다니는 최아무개 교사는 “최근에 미디어교육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일선 학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한다”며 “하지만 기자 초청 직업인 인터뷰 또는 언론사 견학 등을 하거나 기자재가 구비된 학교에서는 학교 방송, 팟캐스트 제작 등을 하는 수준에 머문다”고 했다. 우리나라에도 프랑스 클레미와 같은 일원화된 교육 창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연구서 집필에 참여한 양정애 연구위원은 “언론진흥재단,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등 각각의 분야에서 미디어 교육을 하는데 기관마다 추구하는 게 달라 각기 다른 교육을 하고 있고, 그 안에서 때론 중첩되는 것도 있다”며 “최근 교육부가 미디어 교육 등에 관심을 기울이는 추세인데 교육부 주도 아래 이런 교육이 이루어지면 좋겠다”고 했다. 또한 “창의적 체험 프로그램, 자유학기제 등이 운영되는 중인데 이를 통해 뉴스 리터러시 교육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 리터러시 교육이 생활 속 필수교육이 돼야 한다는 데는 많은 이들이 동의하지만, 교육 현장에 실질적으로 도입되는 방식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김형태 교사는 “자유학기제 때 아이들한테 ‘요리’, ‘뉴스 리터러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대부분이 요리를 선택할 것”이라며 “뉴스 리터러시는 어른들이 좋아할 만한 교과인데 자유학기제는 아이들이 선택하는 것이다. 그 필요성은 충분히 납득하지만 현실 적용을 위해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김청연 <함께하는 교육>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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