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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학종’ 어떤 학생 뽑히나…대학이 정보 공개할수록 ‘미궁’

등록 2016-06-14 18:00수정 2016-06-14 19:05

대학들 학생부 종합전형 합격자 사례 공개
심화반, 소논문 등 ‘부작용’ 사례 그대로
지난 4월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 세상이 주최한 학생부 종합전형 개선방안 토론회.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지난 4월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 세상이 주최한 학생부 종합전형 개선방안 토론회.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고1 딸을 둔 학부모 ㄱ씨는 최근 서울대 입학본부가 운영하는 입시정보 누리집 아로리(snuarori.ac.kr)에서 학생부 종합전형(학종) 합격자 사례를 보고 ‘소논문을 써야 한다’고 딸을 채근했다. ㄱ씨는 “합격한 학생들의 활동 내용을 보니 소논문을 쓴 실적이 있더라. 대표적인 사례로 대학이 공개할 정도면 정말 중요해서 그런 게 아니겠나”며 “입학사정관들이 소논문이 중요하지 않다고 한 언론 보도를 믿었는데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선발 비중이 급격히 늘고 있는 학종에 대한 학생·학부모의 관심 높은 가운데, 대학들이 공개하고 있는 학종 합격 사례가 오히려 학종에 대한 오해와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오후 전국대학입학처장협의회 주최로 한양대에서 열리는 학종 토론회에서 명쾌한 해법이 나올지 주목된다.

14일 서울대 입시정보 누리집 아로리(snuarori.ac.kr)의 ‘나도 입학사정관’ 항목을 보면, 3개 계열 별(인문·자연·공학계열)로 3명씩 9명의 응시자 사례가 올라와 있다. 각각의 응시자에 대해서는 △교과 성적 △학교 특징 △교내 수상 경력 △자기소개서 기술 내용 등의 정보가 제공된다. 형식은 누리집 이용자가 각 응시자에게 1~3순위를 매겨 우열을 가리게 하는 방식이지만, 사실은 3명의 학생이 모두 합격자다.

학생·학부모에게는 사실상 ‘합격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이나, 이 가운데는 그동안 대학이 홍보해 온 학종과는 거리가 먼 내용들이 적지 않다. 입학사정관들은 ‘교실 수업’에서 일어나는 학생의 학습경험을 평가하며 지나친 비교과 활동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해왔지만, 서울대가 제시한 9명의 합격생은 ‘의미 있는 활동’으로 자율동아리, 학교에서 소수의 학생만을 위해 꾸린 심화반이나 영재학급 경험 등을 꼽았으며 교실 수업을 꼽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

고등학교 과학 수업은 내용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많은 실험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와 친구들은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직접 실험해보고자 자율 동아리를 만들고 실험 과정을 보고 싶은 후배들을 위해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어플을 제작했습니다(지구환경과학부 A학생)

저희 학교에는 1학년을 대상으로 성적 우수자들에 한해서 심화 과학반을 운영합니다. 저는 이 방과 후 수업을 듣게 되어 다양하고 심화된 내용들을 배웠습니다. 수업은 수학과 과학으로 나뉘었고 과학은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을 배웠습니다. 수학은 주로 자연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프랙탈 구조나 타일을 통한 테셀레이션과 정다각형의 성질 등 일상과 관련된 수학을 배웠는데 그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들었던 수업은 암호학 수업이었습니다.(전기정보공학부 B학생)

최근 유행하고 있는 ‘소논문 활동’에 대해서도 대학은 ‘참고는 할 수 있지만, 독립적 평가요소로 반영하지 않는다’고 해명해 왔으나, 합격자 사례에는 ‘소논문 활동’이 중요하게 언급돼 있다.

지구 온난화의 가속화를 막는 방법인 CCS(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기술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창의체험 소논문 작성시간에 논문주제를 ‘CCS 기술의 정의, 과정, 방법’으로 정하고 인터넷을 통해 여러 논문을 찾았습니다(지구환경과학부 A학생)

학생·학부모들 사이에 공유되고 있는 서울의 한 사립대 ‘학종 준비 방법과 평가사례’를 보면, ‘학교 생활에 충실한 학생’을 뽑겠다는 학종의 도입 취지가 무색하다. 내신과 수능 성적까지 우수한 학생을 요구하고 심지어 대학 전공 수업에 대한 기초 공부까지 요구하고 있다.

한 사립대의 학종 안내서. 유성룡 1318대학진학연구소장 제공
한 사립대의 학종 안내서. 유성룡 1318대학진학연구소장 제공

유성룡 1318대학진학연구소장은 “몇몇 모범사례를 선택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그것 자체가 ‘모범답안’으로 이해될 위험성이 있어 학생·학부모의 불필요한 경쟁만 부추긴다”며 “정성평가의 특성 상 평가기준을 제시하거나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 어려운 문제이지만, 지금 현재 대학들이 개별적으로 내놓는 학종 관련 정보가 일맥상통하지 않아서 학생·학부모의 불신을 자초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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