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이 반값등록금 공약 이행 등을 촉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전국 사립대 2곳 가운데 1곳은 지난 5년 동안 적립금을 늘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적립 목적이 불분명한 ‘기타 적립금’ 비중이 높아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이 대학의 깜깜이 운영에 쓰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일 발행된 대학교육연구소의 ‘2010~2014 사립대 적립금 분석 자료’를 보면, 전국 4년제 사립대 148곳 가운데 80곳에서 모두 5196억원(7조6677억원→8조1872억원)의 적립금이 늘었다. 적립금 증가액이 가장 많았던 곳은 홍익대(1406억원)였으며, 성균관대(1124억원), 고려대(871억원), 이화여대(751억원), 연세대(698억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성균관대의 2014년 적립금(1930억원)은 2010년(805억원)의 2.4배에 달했다.
사립학교법은 사립대가 교육시설의 신·증축 또는 개·보수, 학생의 장학금 지급 및 연구 활동 지원에 충당할 목적으로 예산의 일부를 적립금으로 적립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지만, 학생 등록금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사립대가 적립금 덩치를 지나치게 불리면서 학생 교육에 대한 투자에 소홀하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법은 건축, 장학, 연구 등 목적을 정해 적립금을 쌓도록 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적립 목적이 불분명한 ‘기타’ 항목의 적립금 비중이 큰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 대학교육연구소가 적립금 규모를 적립 유형별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기타 적립금’ 항목의 적립금 비중이 전체 적립금에서 차지하는 비중(27.3%, 2조2326억원)이 연구 적립금(9.2%, 7539억원)이나 장학 적립금(17.0%, 1조3944억원)보다 많았다. 가장 비중이 큰 것은 건축 적립금(45.6%)이었다.
교육부는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구체적인 목적을 정하지 않은 적립금은 적립할 수 없도록 규정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의결해 국회에 제출했다. 2013년 발의된 같은 법안은 19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채 폐기된 바 있다.
연덕원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재정난으로 등록금 인하 여력이 없다고 하면서도 적립금을 쌓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등록금 부담 완화나 학생의 교육 활동에 바로 투자하지 않고 적립금 덩치를 키우는 것도 문제인데, 목적이 불분명한 ‘기타 적립금’ 비중이 큰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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