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걱정없는세상 회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정문 앞에서 '가짜 학생부종합전형'의 대표적인 요소인 구술고사의 폐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서울대가 수시모집 일반전형 면접 단계에서 치르는 구술고사의 문항 가운데 일부가 고교 교육과정이 아닌 대학 과정에서 배우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학교 교육만으로 대비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대 구술고사 문항 분석 결과를 발표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은 “구술고사는 ‘가짜 학종(학생부종합전형)’의 대표적 사례”라며 “2017학년도부터 즉각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은 22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대 수시모집 일반전형 구술고사 관보련 실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사교육걱정이 서울대가 자연계열 지원자와 사회과학계열 일부 지원자(경제학부·자유전공학부·경영대학)를 상대로 2단계 구술면접고사에서 출제한 수학·물리·화학·생명과학·지구과학 교과 관련 53개 문항 가운데 15개 문항(28.3%)이 대학 과정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학은 13개 문항 가운데 8개 문항(61.5%), 화학은 11개 문항 가운데 6개 문항(54.5%)이 대학 과정을 포함하고 있었다. 물리·지구과학은 대학 과정을 포함한 문항이 하나도 없었으며, 생명과학도 1문항 뿐이었다. 특히 수학 구술고사 3번 문항이 ‘번분수식’을 출제한 것과 관련해, 사교육걱정은 “번분수식의 경우 대학의 해석학이나 정수론에서 다루는 연분수 개념과 유사하며 해당 문항에서 사용한 기호는 고교 교육과정에서 사용하지 않는 기호”라고 지적했다.
서울대는 수시모집을 모두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치르는데, 지역균형선발전형과 일반전형 두가지가 있다. 학생부 기재 내용을 확인하는 방식의 지역균형선발전형의 면접과 달리 일반전형 면접에서는 제시문을 주고 학생이 풀이하는 구술고사를 치른다. 이 구술고사의 경우 초·중학교 시절부터 선행학습을 하는 과학고나 외국어고 등의 특목고와 자율형사립고 출신 학생에게 유리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실제 서울대 입학본부가 지난 15일 한양대에서 열린 ‘학종 발전을 위한 고교·대학 연계 포럼’에서 공개한 2016학년도 입시의 출신고 현황 자료를 보면, 일반전형의 경우 일반고 출신 합격자 비율이 35.9%, 특목고 출신이 42.9%, 자율고 출신(자율형사립고·자율형공립고)이 19.5%를 차지했다. 일반전형의 특목고 출신 비율(42.9%)은 정시모집 수능전형의 특목고 출신 비율(15.8%)보다도 훨씬 높았다.
구본창 사교육걱정 정책2국장은 “3년 전만 해도 서울대 구술고사가 고교 교육과정 범위 내에서 출제된 것으로 확인돼 ‘이제 서울대는 됐다’고 분석 대상에서도 제외한 바 있다”며 “이번 입시 구술고사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있어 분석을 시도했는데, 예상대로 사교육 없이는 대비하기 어려운 문항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고 말했다.
사교육걱정은 기자회견에서 “교육부는 2017학년도 대입부터 구술고사를 실시하면서 학종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대학에 대해서는 전형 명칭을 변경하도록 조치하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에는 이같은 구술고사를 2017학년도 입시부터 폐지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서울대 입학본부에 전달했다.
사교육걱정은 또 고려대와 연세대가 올해 고2 학생들이 치르는 2018학년도 입시에서 서울대와 유사한 형태의 구술고사를 면접 단계에서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고려대는 학종의 비율을 2017학년도 24.6%에서 2018학년도 45.1%로 늘렸으며, 연세대는 20.2%에서 33.5%로 확대했다. 구 국장은 “연세대의 경우 면접에서 ‘학업역량 및 전공적합성’을 평가요소로 제시하고 있어 서울대와 유사한 전형을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며 “학생의 사고력과 논리력 등 학업 잠재력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 대학이 고교 교육과정을 넘어선 지식을 묻는 방식으로 학종을 운영하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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