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교사들 학생부 기록 빌미로
통상적인 학교행사에 학생 동원
학부모도 ‘학생부 한 줄’에 약해져
통상적인 학교행사에 학생 동원
학부모도 ‘학생부 한 줄’에 약해져
“우리 학교에서 아프리카 아이들 후원하는 거 있지? 1000원씩 내면, 학생부에 적어 줄게.”
수도권의 한 고등학교 1학년인 ㄱ양은 최근 담임 교사가 학교가 진행하는 후원 활동에 학생부 기재를 언급하자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담임 교사가 저금통에 동전을 모으는 또다른 기부활동에 대해서도 “저금통을 갖고 오면 학생부에 써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나눔활동은 남을 돕기 위해서 하는 건데, 학생부에 써주신다니까 돈을 내면서도 나를 위해서 하는 느낌이 들어서 씁쓸했어요. 학생부에 써주시는 건 좋지만, 친구들끼리 이건 좀 아니지 않나 그랬어요.”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재된 교과 성적과 비교과 활동을 반영하는 학생부 종합전형(학종)이 대학 입시의 대세로 떠오른 가운데, 학생부 기재를 내세워 학생이나 학부모를 학교 행사에 동원하는 등 일부 교사들의 부적절한 ‘학생부 활용법’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자녀가 서울의 한 고등학교 1학년생인 학부모 ㄴ씨는 지난 3월 학교에서 열린 학부모 총회에 갔다가 담임 교사로부터 ‘학교 행사에 참여해 달라’는 얘기를 들었다. ㄴ씨는 “선생님이 ‘나중에 저한테 와서 학생부 기록 잘해달라고 부탁하지 마시고, 학교 행사에 참여해주시고 협조해주시면 그게 다 어디 가겠냐’고 하는데, 너무 노골적으로 말씀하셔서 놀랐다”며 “급식 재료 검수, 바자회, 시험 감독 등에 엄마들이 너도나도 손들어 지원하는 바람에 금세 채워졌다”고 말했다.
특목고·자율형사립고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이 많은 지역의 경우 중학교에서도 교사들이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 ‘학생부’를 내세우는 일이 있다.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강남의 학부모 ㄷ씨는 “우리 아이 반에 특목고 준비하면서 밤늦게까지 학원다니는 애가 있는데, 얘가 수업 시간에 자니까 교사가 ‘다른 선생님한테 말해서 학생부 잘 써주지 말라고 할거야’라고 말했다고 하더라”며 “애가 잘못한 게 맞지만 다른 방법으로 지도하면 될 일인데, 굳이 학생부를 거론하니 학생이나 학부모 입장에서는 ‘선생님이 학생부에 해코지 하지는 않을까’ 괜히 불안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2국장은 “학교 전체적으로 실시하는 기부활동에 참여하는 일은 실제 입학전형 과정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는 내용인데, 학종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없는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생부 기록을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김경태 서울교육청 산하 학교혁신지원센터 연구교사는 “입시에 반영되는 평가의 기초자료로서의 학생부에 대해서 교사들의 의식이나 이해가 보강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다양한 교사 연수가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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