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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더 많이 시켜야 한다’ 강박 버리자

등록 2016-07-11 20:56수정 2016-07-12 11:03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윤다옥 교사의 사춘기 성장통 보듬기
곧 여름방학이다. 한 아이는 방학하자마자 일주일 내내 학원 등 공부 스케줄이 잡히면서 쉬는 시간이 없어질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공부에 신경을 쓰는 아이라 자신도 그렇게 해야 하는 걸 이해는 한다고 했다. 또 한 아이는 <꽃들에게 희망을>에 나오는 애벌레 기둥 얘기를 했다. 다른 애벌레들을 밟거나 그들한테 밟히며 하늘 높이 솟아 있는 꼭대기에 도달했는데 정작 아무것도 없었던 장면이 충격적이었다며 자기는 그렇게 살기는 싫다고 했다.

방학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아이의 미래가 달라진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덜컥 겁이 나면서도 솔깃해지기도 한다. 사실 나도 우리집 아이들이 이번 방학을 정말 알차게 보냈으면 좋겠다. 한편으론 미안한 마음도 든다. 나 어릴 때의 방학은 ‘알찬’ 시간들이 아니었다.

지금처럼 쉼 없는 시간들이 옳은 것 같지는 않다. 부모가 설계한 코스대로 달린 아이들은 어느 시점에선 막다른 골목에 서 있게 된다. 그렇다고 아이들한테 모든 걸 맡겨놓자는 건 아니다. 어쩌면 과거 어느 때보다 아이들이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더 많이 도와야 하는 시절인지 모른다.

이번 여름방학에는 어떤 도움이 필요할까? 요즘 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인재상에 가까워지게 도와주는 좋은 캠프를 찾아 보내야 할까, 집에서 함께 여유 있는 체험이나 휴식 시간을 보내게 할까, 부족한 학습을 보충하거나 한 단계 도약하도록 강도 있는 학원 수업에 넣는 것이 좋을까. 여러 고민을 하게 된다.

어떤 것이든 부모의 바람과 계획이 아니라 아이의 욕구와 선택이 먼저 고려돼야 한다. 아이가 선택해서 간 캠프도 그 기간에는 자극을 받아 의욕이 고취되지만 일상으로 오면 원상태가 되는 걸 더 많이 봤다. 개개인의 특성에 따른 세세한 적용이 필요한 것이라 대증적 개입으로는 쉽지 않다.

공부에 전념하라고 종일 학원 수업을 듣게 하는 것도 무리수다. 장시간 동일한 정도의 집중력을 유지할 수는 없다. 짧은 시간이라도 규칙적으로 공부하는 게 더 좋다. 방학 때 효율적으로 공부시간을 운영해보면 이게 학기 중 공부 습관으로 저절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집중력이 지나치게 떨어지거나 공부하기가 지겹다면 과감하게 접고 노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필요하다.

방학 동안엔 특히 노는 시간과 자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아이의 장밋빛 미래를 위해서 당장 희생하기 쉬운 영역이지만, 문제해결력, 창의성, 사회성에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시간을 알게 모르게 잠식하고 있는 스마트폰 등의 기기를 잠자기 전 제한하는 것도 필요하다. 차라리 이를 규칙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는 게 낫다.

무언가를 더 많이 하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해야 할 것이 지나치게 많으면 안 된다. 생각해둔 것, 계획했던 것에서 빼는 작업을 해야 한다. 커갈수록 한 권의 책이라도 충분히 음미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사춘기 아이들한테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을 시도하거나 자신이 선택한 것에 몰입한 경험이 성장에 보탬이 된다. 그 시간을 방해하지 말자.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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