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이 서울남부지방법원을 방문해 소년범 재판을 방청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학교에서 차별받은 경험이 있는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에 견줘 금품갈취나 절도, 폭행과 같은 ‘범법비행’을 저지를 확률이 38%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연구를 진행한 연구팀은 “학생을 대하는 교사의 공정한 태도가 청소년 범죄를 예방하는 특수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7일 정제영 이화여대 교수팀이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발간 <한국청소년연구> 최신호에 실은 논문 ‘중학생의 비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분석’을 보면, ‘학교에서의 차별 경험’이 남에게 해를 끼치는 ‘범법비행’(금품갈취, 절도, 허위정보 유포, 폭행 등) 발생 확률을 38.0%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에서의 인권침해 경험’도 범법비행 발생 확률을 36.0% 증가시켰다. ‘학생 개인의 우울 정도’가 범법비행 발생 확률을 22.9% 증가시키는 것에 견주면, 범법비행 발생에 학생 개인보다 학교에서의 경험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학생이 부모에게서 관심을 느끼거나 좋은 수업 태도를 갖는 것은 범법비행 발생 확률을 각 16.5%, 24% 낮추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 교수팀이 ‘경기교육종단연구’의 3차년도(2014년) 중학교 패널조사 자료 가운데 중3 학생 3063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 결과다.
정 교수팀은 논문에서 “부모의 무관심과 학교에서의 차별 경험은 학생들의 사회 적응 및 대인관계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폭력, 절도와 같이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형태의 범법비행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자녀에 대한 부모의 관심 표현 및 학생을 대하는 교사의 공정한 태도는 범법비행을 예방하는 특수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음주·흡연 등 남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지만 청소년에게 금지돼 있는 개인적 차원의 ‘일탈비행’의 경우에도 학교에서의 경험이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개인의 우울 정도’는 일탈비행 발생 확률을 51.2% 증가시켰으며, ‘학교에서의 인권침해 경험’이 있을 경우 일탈비행 발생 확률이 48.5% 가량 높아졌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4년 청소년 백서’를 보면, 소년범 가운데 14세~16세 비율이 52.9%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14세 이하 저연령 소년범의 비율도 2011년 6.6%에서 2013년에 12.9%로 늘어났다. 최근 5년간 전과가 있는 소년범의 비율을 살펴보면, 2009년 35.7%에서 2012년 41.5%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4범 이상 소년범의 비율도 2009년 8.9%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3년에는 15.6%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