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심의 건수
2012년 642건→2015년 1842건…3배↑
또래 간 언어적 성희롱 등 심각한데
학교 “친구끼리 주거니 받거니한 것”
2012년 642건→2015년 1842건…3배↑
또래 간 언어적 성희롱 등 심각한데
학교 “친구끼리 주거니 받거니한 것”
최근 ㅅ시의 한 중학교에선 같은 반 남학생 7명이 여학생 8명에 대해 언어적으로 성희롱을 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에 회부되는 일이 생겼다. 하지만 학폭위 심의 결과 피해 여학생 2명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로도 인정돼 ‘서면사과’ 처분을 받았다. 가해 남학생들이 심의 과정에서 자신들도 언어적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사건이 복잡해진 것이다. ㄷ중의 학폭위 회의록을 보면, 가해학생들은 “평소 여학생들도 남학생들에게 심한 성적 농담을 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이면서 가해자가 된 여학생의 학부모인 ㄱ씨는 “‘○○ 따먹고 감방가겠다’는 등 저급한 성희롱이 지속적이고 집단적으로 이뤄졌는데도, 학교에서는 아이들한테 심각성을 알리기 보다 ‘친구끼리 주거니 받거니 한 것’이라며 ‘최대한 조용히 해결하자’고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또래 간 성폭력’ 사건이 지난 4년 동안 3배 가량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언어적 성희롱 등을 여전히 ‘친구끼리 장난’ 정도로 치부하는 학교가 또래 간 성폭력 문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노회찬 정의당 의원실이 입수한 ‘2012년~2015년 성폭력 관련 학폭위 심의 현황’ 자료를 보면, 2012년 642건이었던 성폭력 관련 심의 건수는 2015년 1842건으로 2.9배 늘었다. 학폭위 전체 심의건수가 2012년 2만4709건에서 2015년 1만9968건으로 줄어든 데 견주면 성폭력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특히 가해학생이 받은 처분 결과를 보면, 2012년에는 가해학생이 받을 수 있는 9가지 유형의 처분 가운데 가장 높은 수위의 전학(15.2%)과 퇴학(2.2%) 처분이 17.4%에 달했지만 10.1%(전학 8.7%·퇴학 1.4%)로 줄었다. 반면 가장 낮은 수위의 처분이라고 볼 수있는 ‘서면사과’는 15.0%에서 24.0%로 늘었다.
학생들 사이에 벌어지는 성폭력의 유형이 다양해지고 있지만, 학교 현장에는 여전히 형사 처벌이 가능한 성폭력에 대한 대처 매뉴얼만 있는 실정이다. 현재 학교에 적용되는 교육부의 ‘성폭력 사안 처리 가이드라인’은 성폭력의 유형으로 강간·유사강간·강제추행·성학대·사이버성폭력 등과 함께 ‘성희롱’을 들고 있다. 교육부 학교생활문화과 관계자는 “실제 학교에서는 언어적 성폭력이나 성희롱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며 “9월에 마련할 ‘학교 성폭력 종합대책’에 관련 내용을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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