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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중학생 되면 행복감 ‘뚝’…“내 시간이 없어요” “취업 걱정돼요”

등록 2016-08-07 21:02수정 2016-08-07 21:41

8.2(초3)→8.2(초5)→7.4(중1)로 급감
유럽·남미·아프리카 12국 중 최하위
“학원·과외로 내 시간·자유 없어져”
“미래 생각에 답답” 벌써 취업 걱정도
중학생 네 명의 지난 1학기 생활계획표. 학생들 제공.
중학생 네 명의 지난 1학기 생활계획표. 학생들 제공.
중학생 ㅈ(14)군은 하루 종일 바쁘다. 오후 4시께 학교가 끝나면, 수학 학원에 가거나 역사토론 학원에 간다. 일요일에는 영어 과외 두 시간, 악기 레슨 두 시간이 이어진다. 독서, 운동까지 여러가지 활동으로 시간을 보내지만, ㅈ군은 벌써 미래의 삶이 불안하다. ㅈ군은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미래를 생각하면 막연한 걱정이 몰려온다. 방송이나 인터넷을 보면 미래에는 일자리가 준다고 하는데 나는 어떤 직업을 갖고 어떻게 살게 될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한국 아동들(초3~중1)은 중학생이 되면 행복감이 급감해 국제 최저 수준에 이르고, 그 원인은 ‘자유시간의 부족’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7일 국제구호개발단체 세이브더칠드런과 서울대사회복지연구소가 지난해 ‘아동의 행복감 국제 비교연구’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한국 아동의 ‘주관적 행복감’은 유럽, 남미, 아프리카 등의 12개국 4만2567명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특히 초등학생 때에 비해 중학생의 행복감이 급격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2주간 얼마나 행복하다고 느꼈습니까?’라고 물으면 한국 아동은 10점 만점에 8.2점(초3, 초5) 수준을 유지하다 중학생이 되면 7.4점으로 급감한다. 이는 12개국 평균치인 8.9(초3)→8.7(초5)→8.2점(중1)과 비교할 때 최저수준이며 초등학생과 중학생 사이의 격차(8.2→7.4)도 가장 높았다. 연구를 주도한 안재진 가천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아동의 연령이 증가하면서 행복감이 감소하는 현상은 세계적인 추세이나, 한국은 유독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행복도가 급격히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지난 2월 전국 6개 권역 46명의 중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초점집단면담(FGI) ‘왜 중학생이 되면 행복도가 낮아질까: 중학생의 시선에서 본 행복과 그 변화’를 실시했다. 참여 학생들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이란?’, ‘중학교 진학 후 행복감의 변화와 그 이유’, ‘어른이 됐을 때 자신의 행복에 대한 예상’ 등을 물었다. 학생들은 행복의 조건으로 ‘자유’나 ‘여가’, ‘인간관계’, ‘시간 사용’ 등을 언급했다. 중학교 진학 이후의 변화 키워드로는 “시간이 부족함”, “통제가 많음”, “가족과 보내는 시간 줄어듦”을 꼽았다. “계획성 있는 삶” 등 중학생이 된 뒤 시간 사용에 대해 긍정적인 응답을 한 아동은 46명 중 1명뿐이었다.

대구에 사는 중학교 2학년 ㄱ군은 “초등학생 때는 해야 할 일이 많이 없어서 내가 내 의지대로 하면 됐는데, 중학교 때는 해야 할 일이 생겨서 그걸 다 끝내야 하니까 시간이 없어요”라고 했다. “어른이 되면 더 행복해질 것 같아요?”라고 물으니 상당수의 학생들이 취업난, 가계부양 의무 등을 걱정했다. 경기도에 사는 중학교 1학년 학생은 “미래를 생각하니 답답해요. 저희 때가 되면 취업이 정말 어렵대요. 큰일 날 것 같아요”라고 말했고, 강원도에 사는 중학교 1학년 학생은 “좋은 직장과 나쁜 직장이 있는데, 만약 성적이 떨어져 나쁜 직장에 가면 우울하게 지낼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참여 중학생들은 늘어난 학업량으로 인해 시간 사용이 자유롭지 않은 것 외에도 극심한 경쟁, 취업 등 미래에 대한 불안 등을 호소했다. 한국 중학생의 낮은 행복감은 사회 전반의 문제와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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