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다옥 교사의 사춘기 성장통 보듬기
나는 참 겁이 많은 엄마다. 특히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바깥세상이 그렇게나 위험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그런저런 연유로 우리 집 아이들은 초등 고학년이 되어서도 따로 친구들과 밖에서 만나 노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큰애가 초6이던 어느 날 “엄마, 나 대전에서 하는 정모에 갈래”라고 했다. 그 무렵 큰애는 만화 관련 카페활동을 한창 하고 있었는데, 거기서 전국 정모 얘기가 나왔던 모양이었다.
사춘기 아이들이 가정, 부모의 품을 벗어나 또래와 바깥세상으로 관심이 옮겨진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그때까지도 나는 준비가 되어 있질 않았다. 아이 혼자서 그렇게 먼 곳에, 거기다 한 번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을 만나러 간다니 그건 ‘안 되는 일’이었다. 안전도 걱정되고, 낯선 아이들과의 경험도 신경 쓰였다. 또 지나치게 앞서나가는 생각이었지만, 특정 관심사에 심취해서 현재의 생활, 공부에 소홀해지는 건 아닐까 염려도 되었다. 아이의 독립 욕구를 꺾어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쿨하게 지지해주면서 지켜볼 배짱도 없었다.
일단은 허락하는 것으로 했다. “아직까지는 걱정되는 게 많다. 엄마나 아빠가 보호자로 같이 목적지까지 가고 너희끼리 만나고 있을 동안은 근처에서 따로 시간을 보내고 있을게. 그런 조건이 가능한지 그 아이들에게 물어봐. 된다면 오케이!” 그렇게 잘 해결이 됐다. 그 정모는 모임 날짜를 정하다가 무산되었다.
내가 알던 범위를 벗어난 아이의 세계에 어떻게 끈을 연결하고 있어야 할까? 그리고 “내가 알아서 해요”라고 하면서도 뒷감당을 못 하는 아이를 어떻게 자기 행동에 책임질 수 있게 도와야 할까? 아이의 경험을 차단하거나 부모의 일방적인 해결방식을 강요하는 것은 성장과 독립에 보탬이 안 된다. 열등감이나 적대감, 반항심을 키울 뿐이다.
부모 자신의 불안을 먼저 다스리자. 부모 개인의 성격적 특성이나 불안정한 성장 경험 탓에 불안이 더 증폭되고, 아이의 모든 행동이 걱정거리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아이의 독립 시도를 지지하고 지켜보는 것은 그만한 보상을 준다. 더 넓은 세상과의 만남은 아이들에게 자신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지나친 낙관주의, ‘우리 아이는 절대 그럴 리가 없어’라는 태도도 문제지만, 최악의 상황만을 떠올리는 극단적인 모습도 도움이 안 된다.
이 시기 아이들이 다방면에 관심을 갖는 것은 정상적 흐름이다. 새롭게 시도하는 것도 많고 금방 흥미를 잃기도 한다. 아이의 변화와 새로운 모습에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이는 것이 이 시기 아이와 연결되어 있을 수 있는 효과적인 태도다. 한편 아이가 내 품을 벗어나는 것에 대해 서운해하지 말고, 아이가 어른이 되고 있음을 감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질문해보자. 아이가 부모인 나와 잘 연결되어 있나? 그 연결끈이 얼마나 튼튼한가? 그 끈은 얼마나 탄력이 있나? 아이가 가고 싶어 하는 방향으로 가도 충분히 늘어나는가? 때가 되면 그 끈을 아이가 끊어 내버릴 수 있는 정도인가? 아이가 끈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아도 필요할 때 내 품을 찾아 돌아오는 방향을 알고 있는가?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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