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정모 가볼래!” 허락할 자신 있나요?

등록 2016-08-23 10:51수정 2016-08-23 10:55

윤다옥 교사의 사춘기 성장통 보듬기
나는 참 겁이 많은 엄마다. 특히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바깥세상이 그렇게나 위험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그런저런 연유로 우리 집 아이들은 초등 고학년이 되어서도 따로 친구들과 밖에서 만나 노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큰애가 초6이던 어느 날 “엄마, 나 대전에서 하는 정모에 갈래”라고 했다. 그 무렵 큰애는 만화 관련 카페활동을 한창 하고 있었는데, 거기서 전국 정모 얘기가 나왔던 모양이었다.

사춘기 아이들이 가정, 부모의 품을 벗어나 또래와 바깥세상으로 관심이 옮겨진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그때까지도 나는 준비가 되어 있질 않았다. 아이 혼자서 그렇게 먼 곳에, 거기다 한 번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을 만나러 간다니 그건 ‘안 되는 일’이었다. 안전도 걱정되고, 낯선 아이들과의 경험도 신경 쓰였다. 또 지나치게 앞서나가는 생각이었지만, 특정 관심사에 심취해서 현재의 생활, 공부에 소홀해지는 건 아닐까 염려도 되었다. 아이의 독립 욕구를 꺾어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쿨하게 지지해주면서 지켜볼 배짱도 없었다.

일단은 허락하는 것으로 했다. “아직까지는 걱정되는 게 많다. 엄마나 아빠가 보호자로 같이 목적지까지 가고 너희끼리 만나고 있을 동안은 근처에서 따로 시간을 보내고 있을게. 그런 조건이 가능한지 그 아이들에게 물어봐. 된다면 오케이!” 그렇게 잘 해결이 됐다. 그 정모는 모임 날짜를 정하다가 무산되었다.

내가 알던 범위를 벗어난 아이의 세계에 어떻게 끈을 연결하고 있어야 할까? 그리고 “내가 알아서 해요”라고 하면서도 뒷감당을 못 하는 아이를 어떻게 자기 행동에 책임질 수 있게 도와야 할까? 아이의 경험을 차단하거나 부모의 일방적인 해결방식을 강요하는 것은 성장과 독립에 보탬이 안 된다. 열등감이나 적대감, 반항심을 키울 뿐이다.

부모 자신의 불안을 먼저 다스리자. 부모 개인의 성격적 특성이나 불안정한 성장 경험 탓에 불안이 더 증폭되고, 아이의 모든 행동이 걱정거리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아이의 독립 시도를 지지하고 지켜보는 것은 그만한 보상을 준다. 더 넓은 세상과의 만남은 아이들에게 자신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지나친 낙관주의, ‘우리 아이는 절대 그럴 리가 없어’라는 태도도 문제지만, 최악의 상황만을 떠올리는 극단적인 모습도 도움이 안 된다.

이 시기 아이들이 다방면에 관심을 갖는 것은 정상적 흐름이다. 새롭게 시도하는 것도 많고 금방 흥미를 잃기도 한다. 아이의 변화와 새로운 모습에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이는 것이 이 시기 아이와 연결되어 있을 수 있는 효과적인 태도다. 한편 아이가 내 품을 벗어나는 것에 대해 서운해하지 말고, 아이가 어른이 되고 있음을 감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질문해보자. 아이가 부모인 나와 잘 연결되어 있나? 그 연결끈이 얼마나 튼튼한가? 그 끈은 얼마나 탄력이 있나? 아이가 가고 싶어 하는 방향으로 가도 충분히 늘어나는가? 때가 되면 그 끈을 아이가 끊어 내버릴 수 있는 정도인가? 아이가 끈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아도 필요할 때 내 품을 찾아 돌아오는 방향을 알고 있는가?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