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딩 선배들이 말하는 내 전공, 이 책
<내일 아침, 99℃>
롤란트 크나우어 , 케르스틴 피어링 지음 , 강혜경 옮김, 돌베개 펴냄, 2016년 (환경공학계열)
공학이란, 자연과학을 기초로 실생활에서 유용한 사물이나 공공을 위한 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학문을 말합니다. 전자공학은 전자들의 운동을 기반으로, 기계공학은 물리학을 기반으로 하는 학문이죠. 그런데 환경공학은 도대체 어떤 자연과학을 기초로 삼는가에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정답은 ‘모두 다’입니다. 환경공학과 커리큘럼을 보면 환경 생태학, 환경 화학, 에너지, 수질, 대기, 기후, 해양에 대한 이론수업을 바탕으로 실습을 진행합니다. 그리고 고학년이 되면 지금껏 배운 것을 바탕으로 환경 모델 설계, 환경정책 및 법규, 환경영향 평가 및 실습수업 등을 통해 환경 전반의 관리자가 되는 방법을 배웁니다.
최근 들어 기후변화는 가장 중요한 이슈입니다. 각종 오염 탓에 대기 조성이 바뀌고 결과적으로 기온과 강수량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 데이터로 기록되고 있죠. 문제는 특정 지역에서만 이런 현상이 나타나면 그곳에만 집중하면 되지만 전세계적으로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결국 인간의 삶까지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환경공학의 구실은 ‘어떻게 하면 기후변화의 속도를 늦출 수 있는가’에서부터 ‘어떻게 하면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복구할 수 있는가’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내일 아침, 99°C>는 환경공학에서 다루는 수많은 주제 가운데 ‘기후’에 방점을 찍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책입니다. 날씨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같은 기본적인 내용부터 오염과 대체 에너지에 대한 이야기를 다양한 사례들과 함께 읽을 수 있습니다.
공학은 그 특성상 산업과 연관을 지을 수밖에 없습니다. 환경공학도 예외는 아닙니다. 경제적 측면에서의 이익과 손실 그리고 환경 보호와 파괴 사이에서 어떻게, 얼마나 균형을 맞출 것인지, 또 어떤 것만큼은 환경을 위해 양보할 수 없는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 환경공학의 최대 고민이죠.
이 책에서 소개한 뉴질랜드 항공의 사례는 참고할 만합니다. 이들은 화석 연료의 대체 연료로 바이오 연료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석유보다는 싸고, 식량으로 쓰이지 않는 ‘자트로파’라는 식물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뉴질랜드로 운송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과 오염까지도 고려해 자트로파로 연료를 생산하는 것을 포기했죠. 현재는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해조 연료를 개발 중이라고 합니다. 뉴질랜드 항공은 이 연료가 개발되는 순간을 기다리지 않고, 선체의 중량을 줄이고, 착륙 방법을 바꾸는 등의 노력을 해서 화석 연료의 사용과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줄이는 성과를 보여주었습니다.
<내일 아침, 99°C>는 환경공학과 진학을 생각하는 학생들에게는 하나의 가이드라인 같은 책이 될 수 있겠습니다. 이 책은 무작정 감정에 호소하지 않으면서 특정 기후현상이 발생하는 조건에 대한 수치적인 설명, 인간의 이익과 환경을 동시에 보호하려고 했던 시도와 성공 사례, 실패 사례 등을 골고루 보여줍니다. 하지만 앞으로 환경공학 분야 일을 하게 될 때 무조건 감정을 배제하고 수치만으로 사람들을 설득하라고 말하는 책은 아닙니다. 어쨌거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그들을 환경 보호라는 거대한 프로젝트에 동참시킬 수 있으니까요.
이 책이 조금 딱딱하다고 느껴진다면 앨 고어의 <불편한 진실>,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과 같은 환경운동에 관련된 책을 함께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무미건조한 과학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지에 대한 힌트를 얻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죠.
강민경(이대알리 사진기자, 이화여대 환경식품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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