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딩 선배들이 말하는 내 전공, 이 책
<시를 잊은 그대에게>
정재찬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2015년
요즘 애들은 말이야 ‘시’라는 걸 굉장히 어려워하더라. 내가 한번은 학원에서 중·고교생한테 문학을 가르칠 기회가 있었어. 소설은 나름 읽는 재미가 있으니까 애들이 공부하기 싫어할 정도는 아니었어. 그런데 시는 달랐어. 시가 나오면 무작정 어려워했지. 나는 애들이 어떻게 하면 시를 쉽고 재미있게 받아들일까 고민했어. 그러고는 빅뱅의 노래 한 소절, ‘헤어짐이란 슬픔의 무게를 난 왜 몰랐을까’( 가운데)를 놓고 이 노래가 사실은 ‘시’임을 설명해줬어.
놀랍게도 아이들은 이런 말은 처음 들어본 듯 굉장히 신기해했어. 조금만 가르쳐줬는데도 자기들마다 좋아하는 가수나 래퍼들의 가사를 곱씹어보며 그 가사(시어)의 뜻을 내게 물어보기 시작하더라. 기뻤어. 아이들이 이제는 시의 참맛을 알아갈 수 있으려나 싶어서 말이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를 온전히 담기에는 부족했나 봐. 시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을 내려놓게 했을지는 몰라도, 교과서만 펴면 이상하게도 이해를 못 했어. 내가 학생 시절 시를 읽었을 때를 돌이켜 보니 애들 반응이 그리 섭섭지는 않더라. 나도 그 의미를 알아가는 게 쉽지 않았거든. 그래서 나는 시의 감성을 그대로 살려서 아이들에게 가르치려고 많은 노력을 했지. 물론, 주입식으로 단기간에 시의 내용을 묻는 시험이었기에 이런 설명은 시간상으로 적절치 않았어. 어느 정도 암기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게 사실이고, 시의 감성을 전달하지 못한다는 데 문학도로서의 미안함이 남을 수밖에.
그러다 ‘이 책’을 발견했어. 정재찬 선생님의 <시를 잊은 그대에게>. 이 책은 공대생처럼 시와 멀어진 그 누구라도 시를 읽을 수 있을 정도 쉽게 풀이해놨어. 평소 학교에서 선생님이 해주지 못하는 시의 뒷이야기를 들려주고, 시인 입장에서 시를 친절히 설명해주고 있지. 왜 이 시어를 썼는지 ‘탐정’처럼 찬찬히 그 의미를 찾아준달까. 문학 학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무조건적인 의미 암기가 아닌 단서를 찾아주지.
물론 이 책은 시를 읽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가르쳐주는 책은 아니야. 책의 구성은 제재별로 묶여 있어서 자기가 원하는 제재를 찾아서 읽어도 되고 처음부터 읽어도 돼. 사랑과 하늘의 별, 이별, 슬픔, 기다림, 부모님, 그리고 애상 등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 번쯤 느껴봤을 만한 이야기가 나와. 그러니 시를 읽고 무거운 책을 읽는다는 부담감은 내려놓아도 좋을 거야. 그냥 등교하는 시간에 그리고 점심 먹고 영어 단어 읽을 시간에 짬을 내서 틈틈이 읽으면 어느새 시의 감동에 벅차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을 거야. 대학생이 되기 전에는 꼭 읽어보길 바라.
국어국문학과에 온다고 모두가 시를 쓰거나 열심히 시를 읽지는 않아. 주로 국문과 수업은 시의 내용을 설명해주는 수업이 많아. 그리고 시험은 시의 내용을 외웠나 묻는 형식으로 많이 나오고. 그래서 시를 더 잘 느끼고 싶어 국문과에 왔지만 어마어마한 공부량에 질려 외려 시에 싫증을 느끼게 되는 역설적인 경우도 있어.
지금의 문학교육은 아쉽게도 맞는 선택지를 고르는 데 머물러 있는 것 같아. 시의 가치는 선택지에 있는 게 아닌데도 말이야. 최선의 문학교육은 감수성을 직접 기르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 문학을 직접 써야지. 물론 직접 쓰는 건 쉽지 않아. 징검다리가 있어야 하지. 그래서 이 책을 더욱더 추천해. 책을 읽다 보면 시의 감성을 발견하게 되고 이내 자신의 취향과 감수성을 찾을 수 있을 거야. 가슴 한켠에 시 하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 한 토막 남길게.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 윤동주, <별헤는 밤> 가운데
정규일(세종알리 기자, 세종대학교 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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