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다옥 교사의 사춘기 성장통 보듬기
아이들과의 상담이 쉬웠던 적은 없었지만 요즘 들어 더 어렵다. 특히 친구 관계 문제에서 초등 때 이미 어느 정도는 겪고 지나왔을 일들을 이제 와서 호소할 때 난감하다. 지난번에도 새 학기 친구 관계 문제로 고민하는 아이들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이 주제는 사춘기 아이들의 상담실에서 끊임없이 변주되어 나타나고 있다.
친구 관계가 힘들다며 “전학 가고 싶다”, “학교 가기 싫다”고 하는 한 아이가 있었다. 딱히 누구와 싸웠다거나 갈등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아이들이 자신을 별로 반기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먼저 말을 걸어주지도 않고, 자신이 뭔가 말을 하면 호응을 잘 안 해준다고 했다. 그렇게 불편한 마음이 있던 차에 제비뽑기로 자리를 정하는데 혼자 앉는 자리에 걸리게 됐다고 했다. 처음에는 자신과 아이들이 잘 안 맞는 것 같고, 자신을 배제한다는 쪽으로 얘기를 많이 했다. 상담이 진행되면서는 아이들이 자신을 환영하는 눈치가 아닌 것 같아 자신이 먼저 피한 것 같다고 했다. 가정에서 사랑과 관심을 많이 받고 자란 아이라 자기 뜻대로 되지 않고 자신에게 집중되지 않는 상황이 힘들었던 것 같다. 뭔가 나서서 하고 싶은데, 그게 아이들에게 안 먹히는 순간 당황스럽고 화도 났을 터다. 그래서 소외감과 외로움에 삐치고 뚱한 모습을 보였을 텐데, 다른 아이들은 아이의 그런 모습에 관심도 없었을 거고 이해해주기도 어려웠던 거다.
다른 아이들이 자기에게 알은체를 안 해주고 자기들끼리 논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있다. 이 아이들은 종종 자기가 무슨 말을 해도 아이들이 씹는다고 마음 상해한다. 어떤 경우는 아이가 의견을 내고 말할 때 주변 아이들이 ‘쟤 왜 저래?’라는 식으로 싸한 반응을 보이는데도 본인은 개의치 않는 모습이라 지켜보는 선생님이 도리어 긴장하는 때도 있다. 또래 사이에 어떻게 하면 친해지고 갈등을 풀어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감을 못 잡는 것이다.
단순히 내성적이고 소심해서 또래들과 친하게 지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아이들도 있지만, 부모와의 관계에서 과잉보호나 특별대우 받는 게 익숙해서 자기 뜻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을 참지 못하고 또래들과 불편해하는 경우도 많다. 저학년 때는 부모가 만들어준 관계의 울타리 안에 있을 수 있지만, 이게 오래 유지되지는 못한다. 내가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 평범한 구성원이 되어 자기 역할 하는 법, 함께 조율하는 법 등을 익혀야 한다. 친구들과 대체로 잘 지내는 아이들의 특징을 보면, 자기 입장만 내세우지 않고 다른 사람의 마음도 잘 살펴준다.
아이가 친구 관계로 힘들어한다면, 내 아이의 특성이 어떤지 제대로 파악해봐야 한다. 부모의 눈에 비치는 모습은 별문제 없다 싶어도 또래 사이에서는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내 눈에는 똑똑하고 주관이 뚜렷하며 자신감 있는 아이가 또래들에게는 잘난 체하는 비호감 친구로 비칠 수 있다. 나와 다른 관점이 있을 수 있다는 것, 같은 상황에서도 서로 다르게 느끼고 생각할 수도 있음을 배우고 익힐 수 있게 해줘야 한다.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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