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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이기동 원장, 답변중 화장실가고 ‘젊은것들’ 막말까지…국감 파행

등록 2016-09-30 15:54수정 2016-09-30 17:18

30일 교문위 국감 도중 허락 없이 화장실
“젊은것들한테 수모…못해먹겠다” 발언
유은혜 의원 “미르 의혹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이
한중연 원장으로 추천…이영 교육부 차관이 옹호”
교육부 “이 원장 해임 등 논의하겠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미르재단과 케이(K)스포츠재단의 자금 모금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상근부회장이 교육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의 이기동(73) 원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이 원장을 가장 먼저 추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기동 원장은 30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을 겨냥해 “새파랗게 젊은 것들”이라고 막말을 하는 등 돌출행동과 망언으로 국감을 파행으로 몰고갔다.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날 공개한 한중연의 제83차 정기이사록을 보면, 한중연 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이승철 부회장은 지난 9일 이사회 회의가 시작되자, 참석자들 중 가장 먼저 이기동 당시 동국대 석좌교수를 추천했다. 이 부회장은 “한중연 본연의 역할을 고려할 때, 역사와 전통에 뛰어난 식견을 갖춘 이 석좌교수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이 원장을 추천한 이사들은 이승철 부회장과 당연직으로 참석한 이영 교육부 차관, 정관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대행해 참석한 윤아무개 문체부 과장이었다”라고 밝혔다. 당시 이영 차관은 이 부회장의 제안에 바로 부연설명을 하면서 이기동 원장을 옹호했다. 이 차관은 “(이기동 후보는) 관리자 경험이 부족해 우려스럽다. 박사학위가 없다”는 다른 이사들의 지적에 “이사님들이 우려한 사항은 교육부 차원에서 적극 보완하겠다. (박사학위가 없다는 것은) 결격사유가 아니다”라고 두둔했다.

유 의원은 “정권 실세인 이승철 부회장이 원장 선임을 좌지우지하고 정부 부처 차관들은 실세의 거수기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승철 부회장을 포함해 모두 8명의 이사와 2명의 감사가 참여했는데, 초반에는 이배용 전 원장의 연임을 주장하는 이사 3명과 이기동 원장을 추천하는 이사 3명이 팽팽히 맞서다 결국 이 원장쪽으로 기울었고 만장일치로 이 원장이 선임됐다.

한편,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교문위 국정감사에서 이기동 원장의 자질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특히 국감 도중 이 원장은 막말과 기행을 이어가면서 국감이 파행을 거듭했다. 이 원장은 자신의 원장 선임 과정에 이승철 부회장의 추천과 이영 차관의 개입이 있었다는 유은혜 의원의 질의에 흥분하기 시작했다. 유 의원이 “원장직을 수락하기 전에 청와대로부터 지시를 받거나 교육부 협조를 받은 바 없는가”라고 묻자, 이 원장은 “목숨걸고 말한다. 그런적 없다. 본인이 본인일을 잘 안다”며 목소리를 높인 뒤, “제가 신체상…”이라며 불쑥 자리를 박차고 국감장을 나갔다. 유성엽 위원장이 “잠시만, 앉으시라. 제 말씀 들으시라”라고 수차례 제지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유 위원장은 “엉뚱하고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 전개됐다”며 한숨을 쉬었다.

더 큰 문제는 이 원장이 화장실을 다녀온 뒤에 불거졌다.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화장실에서 이 원장이 비서에게 ‘이 새파랗게 젊은 것들한테 이 수모를 당하고, 못해먹겠다’는 말을 했다”고 공개했기 때문이다. 이 원장보다 먼저 화장실에 가 있던 신 의원이 이 원장의 말을 들었던 것이다.

이 원장의 발언이 공개되자, 더불어민주당 야당 간사인 도종환 의원은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라고 말했고, 유은혜 의원은 ”국회와 국민에 대한 모욕이다. 국감 중에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동섭 국민의당 의원은 “이런 분을 한중연 원장에 임명시킨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시스템 민낯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유 위원장은 정회를 선언했다.

정회 도중 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이 이 원장에게 “그냥, 기자들에게 한 말이라고 해명하라”고 조언하는 것이 국감 인터넷 생중계로 공개되기도 했다. 국감이 재개된 뒤 의원들은 이 원장에게 재차 사과를 요구했지만, 이 원장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 원장은 제주 4·3 항쟁에 대해서도 “발단은 공산폭도들에게 의해 발생했다. 남로당 제주지부 몇몇 사람들 때문에 이분(도민)들이 휩쓸렸다”고 말해 의원들의 항의를 받았다.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같은 당 안민석 의원은 “4·3 희생자를 공산주의자로 오인할 만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라”고 요구했고, 이에 이 원장은 결국 “양민학살이다. 제주도민에게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원장은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 의원들을 ‘선생님’이라고 수차례 부르면서 “부적절하다”라는 지적과 주의를 여러차례 받기도 했다.

이날 국감에서 이기동 원장의 막말과 기행이 이어지면서, 이에 반발한 야당 의원들은 이 원장에 대한 해임을 요구하며 관련 법률에 따라 이 원장을 국회모욕죄 혐의로 고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도종환 의원은 “이 원장이 국회의원을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의원 질의에 호통을 치거나 국감 중에 화장실에 다녀 오는 것도 모자라 ‘새파랗게 젊은 것들’ 발언을 하면서 국회를 모욕했다”며 “법에 따라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은 국회에 출석한 증인이 모욕적인 언행으로 국회 권위를 훼손한 때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교육부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이날 국감에 참석한 이영 차관은 “한중연 선임과 해임은 이사회 권한이나,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이 원장 거취와 관련해) ‘해임을 포함하여 논의하라’고 전했다”며 “장관은 그 정도로 해야되는 사안이라고 판단했다. 저 역시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교육부와 소속기관 종합감사가 있는 오는 10월14일까지 이 원장에 대한 해임 등의 징계를 결론 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이 원장은 고 이병도 서울대 교수의 제자로 지난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과정에서 찬성 입장을 표명하며 적극적으로 앞장섰던 학자다. 서울대 사학과를 졸업한 뒤 국사편찬위원회 위원, 동국대 사학과 석좌교수 등을 지냈다. 지난 21일 한중연 원장에 선임됐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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