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사춘기 속얘기 쉽게 나오지 않아요

등록 2016-10-03 19:25수정 2016-10-03 19:27

윤다옥 교사의 사춘기 성장통 보듬기
며칠 전 딸내미가 폭발을 했다. 요 근래 내가 한참 바빴다. 여력이 없어서 아이 이야기에 최소한의 대응을 하며 지냈는데 아이 마음에는 불만이 하나씩 쌓이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날은 부루퉁한 얼굴로 지난밤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자긴 너무너무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잠시 쉬면서 폰을 보고 있는데 아빠가 뭐라 뭐라 그랬다는 거다. 또 시작이구나 싶어 빨리 마무리짓는 식으로 얘기를 풀어갔는데, 아이는 “이번에도 이런 식으로 넘어간다”며 펑펑 울었다. 자기는 너무너무 힘들고,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든다는 거다.

딸아이 방 침대로 가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앉아 다시 얘기를 나눴다. “네가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아무도 네 말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는 거지?” 아이는 “그렇다”고 했다. 친한 친구는 자기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라 자기 고민이 너무 가벼운 것 같고, 아빠와는 언젠가부터 어색해진 면이 있고, 할머니는 너무 걱정이 많으니까 내 힘든 얘기를 하는 건 아닌 것 같았단다. “엄마는 그래도 얘기가 되는데, 요즘 얘기할 시간이 너무 없었잖아.”

아이는 요즘 자기가 사춘기인지 별일 아닌 일에도 기분이 갑자기 너무 안 좋을 때가 많고, 불행한 느낌이 든다고 했다. 친구들이나 가족들, 주변 사람들의 행동도 너무 싫고, 거슬릴 때가 많다고 했다. 앞으로 미술 관련 일을 하고 싶은데, 재능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어른이 되어서 그쪽으로 취업을 할 수 있을지 너무 걱정이 된다는 고민도 털어놨다.

최근 뉴스에서 여자 청소년이 남자 청소년에 비해 우울·불안 수준이 높고, 정서조절과 삶의 만족도도 낮다는 연구 결과를 봤다. 내 딸만 그런 게 아니라 많은 여자 청소년들이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정서적으로 예민하다. 연구 결과에서도 나왔듯이 경제적 취약 여부나 편부모 가정 여부보다는 부모의 자녀에 대한 지지 여부가 더 영향을 미친다. 문제 해결을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은 가슴속 얘기를 할 수 있도록 귀를 기울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속얘기는 ‘시작!’ 하고 나오는 게 아니다. 친밀감을 느끼며 이런저런 얘기가 오가고 난 다음에야 나온다. 한 가족이라도 소소한 일상을 덜 나누는 관계에서는 그게 누구이건 서로 어색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상담기관이나 병원 이용이 필요할 때도 있다. 이때도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상담실로 찾아온 한 학생이 초등 때 병원 다녀온 일을 얘기한 적이 있다. “부모 자기들 판단대로 데리고 간 거잖아요. 그렇게 가게 되면 얼마나 무서운데요. 내가 정신이 이상한가 싶어서요.” 치료가 필요하다면 그것에 대해 아이가 어떤 마음인지 충분히 들어줘야 한다. 편견이나 두려움이 있다면 적절한 설명이나 안내로 안심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치료는 벌이 된다.

어떤 경우라도 아이들에게 첫 번째 상담소는 부모를 포함한 가족이라는 걸 잊지 말자. 전문기관에서 도움 받아야 하는 경우든 아니든 간에 어떤 가정이든 가족 간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 가족 모두의 참여도 좋지만, 일대일로 두 사람만의 대화시간을 정기적으로, 충분히 갖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