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편향성 우려
편찬심의위원 사실상 시인
“근현대사 비중 줄이라 말해”
교과서 집필 ‘비스킷’에 비유도
편찬심의위원 사실상 시인
“근현대사 비중 줄이라 말해”
교과서 집필 ‘비스킷’에 비유도
이기동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이 민주주의 발전사를 담은 역사교과서의 근현대사 부분을 “운동권 연표”라고 표현하면서 “아이들의 반항심을 고취한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원장은 또 자신이 국정 역사교과서의 편찬심의위원임을 시사해 국정 역사교과서의 편향성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기동 원장은 4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 3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 “국정 역사교과서 원고본을 봤고 집필진쪽에 근현대사 비중을 줄이라고 조언했다”는 발언 배경을 설명하며 “국가 권력에 대한 대항사·항쟁사로서만 현대사를 꾸민다면 애들(학생)은 계속 반항심(이) 고취된다. 그게 소위 운동권 연표다”라고 말했다. 민주주의를 확보해 가는 과정을 기술한 역사교과서의 근현대사 부분을 ‘운동권 연표’라고 지칭한 것이다. 이 원장은 또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심의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그는 “심의를 맡았는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역사 관련 연구소들의 책임자들을 자동으로 겸직시킨 모양”이라며 “교육부에서 싫어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목차의 제목만 쭉 보면 (내용을) 다 안다”라고 말했다. 교육부 산하 역사 관련 연구기관인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으로서 심의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 원장은 현재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을 책임지고 있는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원장은 정부가 국정교과서 집필진이나 집필기준, 편찬심의위원 등을 공개하지 않고 '깜깜이 집필'을 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비스킷을 만들어도 밀가루와 설탕의 배분(비율)을 국민들에게 전부 중간 중간 설명하는 건 아니"라며 교과서 편찬 작업을 비스킷 공정에 비유하기도 했다.
조한경 전국역사교사모임 전 회장은 “설령 역사교과서 집필진이 역사교과서를 편향되게 서술하지 않더라도 이 원장처럼 편향된 역사관을 가진 이가 교과서를 심의한다면 교과서 서술이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심의위원에 대해 현재 공개하지 않은 상태라 이 원장이 심의위원인지 아닌지 밝힐 수 없다”며 “(그러나 이 원장이) 심의위원으로서 본인이 직접 심의위원이라고 밝힌 거라면 적절하지 않은 행동이다”라고 말했다. 역사교과서 편찬심의위원회는 국정 역사교과서가 편찬 기준에 맞게 기술됐는지 등을 심의하는 역할을 하는 기구로, 교육부가 지난해 11월 편찬심의위원을 공모해 17명을 선정했다.
이 원장은 지난달 30일 국감 도중 국회의원들을 겨냥해 “새파랗게 젊은 것들”이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야당 의원들로부터 해임 등을 포함한 징계 요구를 받고 있다. 지난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과정에서 찬성 입장을 표명하며 적극적으로 앞장섰던 학자로, 지난 21일 한중연 원장에 선임됐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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